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관련부처가 내놓는 주요 정책들이 당정 테이블에서 여당의원들의 매서운 질책을 받아 폐기되거나 대폭 수정되는 경우가 너무 빈번하다.
책상물림의 관료들이 만든 민생 정책의 맹점을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걸르고 보완하는 것이라면 반길 일이지만, “세상물정을 모르거나 교과서적 이상만 좇은 결과”라는 원색적 지적과 함께 ‘전면 재검토’ 판정을 받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면 심각한 문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열린우리당의 정세균 원내대표는 그제 “정부가 규제일변도, 임기응변식 부동산 정책을 펴와 시장왜곡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일련의 부동산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근본적이고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원혜영 정책위 의장과 강봉균 수석부의장도 행정력을 동원한 때려잡기식 처방의 한계를 꼬집으며 시장순응적 공급확대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한길 국회건설교통위원장은 공공기관 이전과 수도권 발전대책을 보고하는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장과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에게 “알맹이있는 정보는 공유하지 않으면서 부담만 당에 떠넘긴다”고 질타했다.
공공기관 이전발표가 3월 이후 5번이나 연기됐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내용도 없는 것을 들고와 협의 모양새만 챙긴다는 것이다. 영세 자영업자 대책이나 재래시장 구조조정 방안이 탁상행정의 표본으로 지목돼 거둬들이기에 바빴던 것은 한편의 개그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매사 이런 식의 분란을 낳는 것은 여권의 정책결정 과정에 큰 구멍이 뚫려있다는 얘기와 같다. 선과 정의의 시선으로 시장을 관리하다 보니 뿌리와 가지, 원인과 결과를 마구 혼동하게 된다.
400조원대 부동자금과 금리 딜레마를 제쳐둔 부동산대책, 고용시장 확대 없는 자영업대책, 균형발전 함정에 빠진 공공기관 이전 및 수도권 대책 등은 누가 봐도 우습다. 합리성이 없는 정책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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