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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떠나는 기업이 는다

입력
2005.06.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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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바에는 차라리 증시를 떠나겠다.”

코스닥시장의 알짜배기 회사로 통하던 이수세라믹은 5월24일 스스로 상장폐지를 선언했다. 신주 발행을 통한 저가의 자본조달 등 상장에 따른 혜택보다는, 주가관리와 경영권 위협 가능성 등 부정적 요인에 따른 비용 부담이 훨씬 크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상장기업 중 하나였던 제일은행도 경영권이 스탠다드차타드(SCB) 은행에 매각되면서, 4월22일 증시 탈출을 선언했다. 소액 주주들의 경영 간섭 여지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기 위해서였다.

자진해서 증시를 떠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자진 상장폐지 기업은 2001년 대한알미늄과 송원칼라 등 2개사에 불과했으나, 2003년 3개로 늘어난데 이어 지난해에는 한미은행 넥상스코리아 옥션 한일 세아메탈 부산상호저축은행 등 6개사로 늘어났다.

올 들어서도 불과 6개월만에 제일은행 세원화성 이수세라믹 한국컴퓨터지주 남성알미늄 등 6개가 상장을 폐지했다.

이처럼 기업들이 상장 폐지를 선택하는 것은 증시에서 자본을 조달해야 할 필요성이 줄어드는 대신 상장유지에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상장을 추진 중인 회사의 한 관계자는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하기는커녕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을 하느라 거액을 쏟아 부어야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게다가 집단소송제가 본격화할 경우 자칫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15일 증권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4곳 가운데 1곳은 상장을 통해 얻는 것보다 들어가는 비용이 더 크다고 느끼고 있다.

한국증권연구원이 201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상장 유지를 위한 금전적 비용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한 비율이 58.5%에 달했으며, ‘공시의무와 지배구조 등 비(非)금전적 부담을 느낀다’고 답한 비율은 92.5%로 조사됐다.

또 전체 응답 기업의 25%가 ‘상장 효익에 비해 비용이 크다’고 답변해 제일은행이나 이수세라믹처럼 스스로 증시를 떠날 기업이 속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또 상장사들이 지난해 회계 및 공시비용, 이사회 비용 등 상장 유지를 위해 투입한 비용은 평균 6억2,000만원에 달했는데, 이는 2003년(5억9,057만원)보다 5%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증권연구원 노희진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수시공시와 우발비용을 가장 큰 부담요인으로 느끼고 있다”며 “공시사항의 정비와 수시공시 간소화와 함께 집단소송 등 상장에 따른 우발적 비용발생 대처방안을 강구해 상장부담을 경감시킬 대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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