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아아아...! 우헤헤헤헤!
퇴근길, 현관문을 열기도 전에 두 꼬마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전날까지도 없던 러닝머신 위에서 두 놈이 발을 구르며 미끄럼을 타느라 정신이 없다.
“웬 거니?” “응. 낮에 어떤 아저씨가 주고 갔어. 무지 재미있다! 아빠도 해 봐!” 보기에도 형편없이 조악하고 작은 수동 러닝머신이다. 알고 보니 아내의 살 빼기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그 날부터 아내는 살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매일 한 시간이 넘도록 비명을 질러가며 뛰었고, 먹는 건 보리밥에 오이와 된장, 우유 한 통. 또 어느 날엔 단백질 보충이라며 삼겹살만 2인분을 먹어치웠다. 일단 먹으면서 운동으로 뺀다고 하니 조금 신뢰는 갔다.
나흘째 저녁, 아내는 저울에 올라가더니 “겨우 1.5kg 빠졌네”라고 실망한다. ‘겨우’라고는 했지만 억양에는 희색이 역력했다. 그런데 내가 봐도 좀 빠지긴 빠진 것 같다. 하기야 거의 풀만 먹고 그렇게 운동을 하는데 안 빠지면 오히려 비정상이지. 한 가지 흠이라면 돈을 퍼 들여서 그렇지….
물론 아무리 먹어도 찌지 않는, 날렵한 몸매를 가진 나로서는 아내의 저 처절한 몸부림을 100% 공감하진 못한다. 그래서 얼굴을 고친다느니 다이어트 한다느니 하면 ‘저 인생들이 속에 든 게 없어서 저러지’라고 했다.
하지만 사실 나 역시 뚱뚱한 여자보다 날씬한 여자가 좋고, 예쁜 여자가 지나가면 자동으로 고개가 돌아가기는 마찬가지다. 타인의 간절함은 흘겨보면서도 이율배반적인 속물 근성이 내게도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우리 집에서 일어나는 저 불굴의 투쟁을 지켜보며 내 생각도 조금 달라졌다. 일단 날씬해지면 인생에 자신감이 생긴단다. 옷을 입어도 맵시 나게 입을 수 있지, 걸음걸이가 당당해지고 즐겁기까지 하다는데야 말릴 재간이 있나. 이 땅의 뚱뚱한 분들이여, 뺄 수 있으면 원 없이 빼서 즐겁게 지내시기를.
http://blog.daum.net/suboe/2392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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