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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씨 검찰 조사/ 과오인정… 섭섭함도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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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씨 검찰 조사/ 과오인정… 섭섭함도 드러내

입력
2005.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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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지쳤지만 정신까지 놓지는 않았다.

5년 8개월의 유랑을 뒤로 하고 14일 귀국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베트남 출국부터 인천공항 입국, 검찰 체포로 이어진 숨가쁜 과정에서 ‘죄인’으로서의 자세를 잊지 않으면서도 국가 경제를 떠받쳤던 옛 그룹 총수의 위엄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김 전 회장이 첫 말문을 연 것은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기내에서였다. 그는 열띤 취재경쟁을 감안해 “저 때문에 다들 고생이 굉장히 많은 것 같다”고 운을 뗀 뒤 “제가 귀국하는 것은 제가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동안 몸이 좋지 않아 지금도 굉장히 피곤하다”며 간단한 인터뷰를 마쳤다. 김 전 회장은 인천공항과 대검 청사 입구에서 “모든 책임은 내가 지겠다. 진심으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검찰에서 다 밝히겠다”는 짧은 말로 자산의 과오를 담담히 인정했다.

스스로를 ‘죄인’으로 규정한 이 같은 변은, 그러나 그의 흉중을 오롯이 드러낸 것은 아니었다. 김 전 회장은 귀국 항공기에 탑승하기 직전 파란색 볼펜으로 직접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사죄의 글’을 썼다.

그는 검찰의 제지로 입국 당시 이 글을 직접 읽지는 못했다. 김 전 회장은 글을 통해 “실패한 기업인으로서 수구초심의 심정으로 돌아오게 됐다”며 자신을 한 없이 낮추면서도 “국가경제의 활로개척을 위해 몸바쳤던 지난 30여년의 세월은 이미 가슴 속 깊이 묻었다”는 말로 비리 기업인으로 몰린 데 대한 진한 섭섭함을 에둘러 나타냈다.

“예기치 못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맞아 그 격랑을 헤쳐나가지 못하고 국가 경제에 부담을 드린 것은 전적으로 제 자신의 잘못”이라는 표현도 대우 사태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비롯됐음을 강조한 대목이다.

김 전 회장은 이 글에서 ‘함께’를 ‘함깨’로, ‘전하고자’를 ‘전하저’로 잘못 적어 귀국을 앞둔 긴장된 심리상태를 엿보게 했다.

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 "역풍불라" 잠잠한 대우인, "책임져야" 들끓은 피해자

14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맞은 전직 ‘대우가족’들은 내놓고 옛 보스의 귀향을 반기지 못했다. 전직 임원 몇 명만이 공항에 나갔고, 전 대우그룹 임ㆍ직원 모임인 대우인회도 특별한 성명을 내놓지 않았다. 지나친 환영 분위기가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부를까 우려해서 였다.

다만 대우그룹 전ㆍ현직 직원 홈페이지인 ‘하이대우’(www.hidaewoo.com)에는 김 전 회장에게 환영 인사말을 남기는 코너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여기에는 “회장님 힘내세요” “어서오십시오” “귀국 사진을 보고 눈물이 났습니다” 등의 글들이 꾸준히 올라왔다.

반면 대우 사태 피해자들로 구성된 대우피해자대책위원회는 이날 인천공항에서 “김 전 회장이 실질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 전 회장 귀국 소식이 나온 이후 숨가쁜 활동을 벌여온 대책위는 17일 서울고법에서 손해배상청구소송 선고가 나올 때까지 일단 외부 활동 없이 사태를 관망할 방침이다.

박창근 대책위 임시위원장은 “김 전 회장 입국 후 첫 선고인 만큼 향후 소송들에 선례로 작용할 수 있어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선고 내용에 따라 활동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책위 홈페이지에는 “대우 관련 주식을 샀다 큰 피해를 봤다” “김 전 회장을 사면해서는 절대 안 된다” 등의 내용의 글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 한국인 여행증명서로 입국 檢, 곧바로 체포영장 집행

14일 오전 5시25분 인천국제공항. 비행기에서 빠져 나온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분홍색 넥타이에 검정색 정장 차림이었다. 건강 악화 때문인지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대기하고 있던 대검 중수부 수사진이 곧바로 미란다 원칙을 고지한 뒤 사기대출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집행하자 김 전 회장은 무표정한 얼굴로 이에 응했다.

그러나 취재진들이 몰려들어 경찰과 취재진이 몸싸움을 벌이자 당혹스러운 듯 눈살을 찌푸렸다. 김 전 회장은 취재진을 향해 무언가 말하려는 듯 발길을 몇번씩 멈췄지만 검찰이 제지했고, 결국 고개를 떨군 채 발길을 옮겼다.

김 전 회장은 트랙에서 입국장까지 검찰 수사관들과 경찰의 호위를 받으며 입국수속 절차를 밟았다. 1987년 프랑스 국적을 획득해 외국인 신분이었지만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에서 발급받은 한국인 임시여행증명서로 입국심사를 받아 눈길을 끌었다. 자신이 한국인이고 당당하게 검찰에서 조사를 받겠다는 메시지로 보인다.

김 전 회장은 귀국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짤막하게 답변한 뒤 입을 굳게 다문 채 입국장으로 향했다.

김 전 회장이 입국심사를 거쳐 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대우자동차 노조원과 민주노동당원 등 100여명은 ‘즉각 구속 사면불가’등이 적힌 피켓을 든 채 “김우중을 구속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처벌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들이 김 전 회장을 향해 물을 뿌리고 피켓 등을 내던져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준비했던 메모지를 꺼내 읽으려다 시위대들이 몰려 들자 다시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옛 대우 관계자들이 김 전 회장이 하노이에서 친필로 작성한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사죄의 글’을 조심스럽게 취재진에게 배포했다.

김 전 회장은 오전 6시10분께 경찰 호송차로 공항을 빠져 나와 인천공항_서울 고속도로 갓길에서 회색 아반테 차량으로 바꿔 탄 뒤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로 향했다. 김 전 회장은 검찰에 도착해 “모든 것은 검찰에서 말하겠다”고 밝힌 뒤 곧바로 조사실로 직행했다.

한편 김 전 회장이 기내에서 건강이 좋지 않아 귀국하게 됐다고 밝혀 향후 사법처리과정에서 건강문제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전 회장 귀국 직전 베트남에서 건강체크를 한 아주대 병원 소의영 박사는 “김 전 회장이 협심증이 심해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하는데도 도피생활 때문에 몇 년째 제대로 검사를 받지 못했다”며 “이른 시일 내에 입원해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지난 2000년께 심장질환으로 독일에서 9개월 가량 치료를 받는 등 해외도피생활 도중에도 각종 질병으로 수차례 수술을 받았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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