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의 ‘해법 찾기’는 가능할까. 박세리는 2000년에도 슬럼프에 빠져 무관의 여왕으로 전락했었다. 그러나 이듬해 보란 듯이 화려하게 재기, 2001년과 2002년 2년 동안 5승씩 10개 대회 우승컵을 거머쥐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했다. 박세리가 또 다시 부진의 늪에 빠져 고전하고 있다. 이번 슬럼프는 2000년 것보다 휠씬 고약하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박세리가 부진한 이유는 정신적인 면 때문이라며 휴식을 권하고 있다.
박세리의 부진은 샷 결과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통산 평균 262.1야드에 달하던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는 올 시즌 249.4야드로 짧아졌고, 페어웨이 안착률도 60.2%에서 53.4%로 추락했다. 68.3%에 달하던 아아언샷의 그린 적중률은 55.6%로 떨어지며 오버파 스코어를 줄줄이 토해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퇴보도 정신적인 면에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98년 LPGA투어에 뛰어든 뒤 공공연히 내걸었던 최종 목표인 ‘명예의 전당’ 입회 자격을 따내면서 결국 돌진 해야 할 목표점을 잃어버리며 자신도 모르게 슬럼프에 빠져버렸다는 것.
임경빈 KBS해설위윈은 “박세리의 부진은 카리 웹을 보는 듯하다. 30승을 올리며 잘 나가던 카리 웹도 지난해 자신의 목표(명예의 전당 입회)를 달성하면서 슬럼프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임 위원은 톱 스윙에서 왼팔이 다소 굽어지고 헤드가 타깃 보다 왼쪽을 보며 과거의 강한 톱 동작을 만들지 못하는 등 스윙 면에서 작은 문제점이 발견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정신적 해이라고 지적했다. 임 위원은 “기술적인 문제도 정신적인 문제에서 비롯된다”며 “아무리 스윙이 변해도 마음만 있으면 극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재열 SBS골프해설위원도 “박세리 같은 대선수가 스윙에 문제가 있다고 이렇게 망가지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지적한 뒤 명예의 전당 입회 이후 목표상실이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영원한 스승인 아버지 박준철씨도 “스윙에는 별 이상이 없다. 문제는 마음속에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해답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극약처방이지만 쉴 것을 권하고 있다. 올 시즌을 포기하더라고 쉬면서 ‘골퍼 박세리’ 아닌 ‘인간 박세리’를 찾으라는 것이다. 박세리도 그 해답을 알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미켈롭울트라오픈 직적 공식 인터뷰에서 “나는 지쳤다. 골프가 아닌 다른 즐거움을 찾고 싶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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