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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은 책임 따지되 독립성 생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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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은 책임 따지되 독립성 생각해야

입력
2005.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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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처지가 요즘 말이 아니다. 야당도 아닌 여당의원들이 앞장서 그의 용퇴를 촉구하고 나선 까닭이다. 굳이 앨런 그린스펀 미국 FRB의장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일국의 통화신용정책을 총괄하는 중앙은행 총재의 품격과 권위는 최고 권력자도 쉽게 건드리기 힘든다.

인플레나 외환사정보다 단기 실적에 치중하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이 그 만큼 중요하기에 중앙은행의 독립성 보장을 위해 총재 임기(4년)도 법으로 보장돼 있다.

그런데도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박 총재 사퇴를 주장하는 것은 ‘가벼운 입과 시장신뢰 상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외환보유액의 투자대상 통화 다변화’보고서와 ‘외환시장 불개입 시사’인터뷰 파문 등 부주의 때문에 세계 외환시장에 두 차례나 ‘BOK(한은) 쇼크’를 낳아 1조원 이상을 환율방어에 투입한 것은 익히 아는 일이다.

또 박 총재가 금리정책에 대한 시그널을 엉뚱하게 흘려 매번 시장의 혼란을 초래했고, 경기진단과 전망에 대해 수시로 말을 바꾼다는 점도 지적됐다. 한마디로 ‘그때 그때 다른 총재’라는 오명을 쓰고 어떻게 통화신용정책의 수장역을 제대로 수행하겠냐는 것이다.

우리는 야당까지 가세한 이 같은 공세를 충분히 이해한다. 박 총재는 보고서와 인터뷰의 진의가 오해 혹은 왜곡 전달됐다고 하나 단지 개인적 부덕이나 부족 탓으로 돌리기에는 사안이 너무 중대한 까닭이다. 또 냉정해야 할 한은이 ‘경기순응적 통화신용정책’이라는 명분 아래 정부 들러리처럼 경기지표의 밝은 면만 부각시키는 일이 부쩍 는 것도 꼴 사납다.

그렇다고 해도 엄중하게 책임을 추궁하는 것을 넘어 독립성과 직결된 법적 임기까지 직접 거론하는 것은 너무 나간 것이다. 나쁜 관례를 만들기보다 일단 한은 내부의 자기통제 혹은 정화시스템을 존중하자는 것이다. 박 총재도 ‘입 앞에 파수꾼을 세우라’는 금언을 되씹어 한은을 우습게 만들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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