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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한일정상회담 우여곡절끝 일정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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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한일정상회담 우여곡절끝 일정 확정

입력
2005.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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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연기가 검토됐던 한일정상회담이 20일 서울에서 열린다.

한일 양국은 의제 및 일정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해오다가 14일에야 정상회담 일정을 확정했다. 정상회담을 겨우 6일 앞두고 발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우여곡절이 많았음을 말해주고 있다.

무엇보다 회담을 위한 회담을 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었다. 정상회담을 하고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오히려 국민적 반발만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 일본의 성의와 양보가 전제되지 않으면 회담을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청와대 내에서 제기됐다.

이런 맥락에서 한일 양국은 의제를 조율했고 그 과정에서 최대 쟁점은 역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浪)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였다.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문제도 난제였다.

라종일 주일 대사는 13일 오카다 가쓰야 일본 민주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불안정한 일이 생기고 있는데 그 이유는 교과서 문제와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 때문”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일본 언론들도 회담 확정이 늦어진 이유로 신사참배 문제를 들었다.

한국 정부는 “개인적 결단으로 당장 진전된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것이 신사참배 문제”라며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 중지를 요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일본 정부는 ▦제2기 역사공동연구위 연구 대상에 역사교과서 포함 ▦강제 징용자 유골 반환 ▦한국 거주 피폭자 지원 등 5가지 과거청산 메뉴를 제시했으나 우리 정부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 같은 입장차이는 회담 결렬 전망까지 낳았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14일 낮 3부 요인, 정당 대표와의 오찬에서 한일정상회담의 20일 개최를 확정했다. 노 대통령은 오찬 시작 때만 해도 “회담 개최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등 참석자들이 한 목소리로 “회담을 해야 한다”고 의견을 개진하자 이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회담 개최를 확정 지었다.

회담 개최 일정이 확정됨에 따라, 고이즈미 총리가 신사참배 문제에 대해 어떤 결단을 내릴 지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일본 전몰자 유족 모임에서도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 중단을 요구한 상황이어서 고이즈미 총리가 결심만 하면 신사참배 중단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게 우리 정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가 일본내 여론도 의식해야 하기 때문에 “신사참배에 대한 노 대통령의 뜻을 깊이 헤아려 결정하겠다”는 완곡한 표현으로 참배 중단을 시사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 고이즈미, 신사참배 중단하나

한일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정가 및 외교가에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靖國) 신사참배 중단을 결단할 것이라는 관측이 일고 있다.

집권 자민당 내의 역학관계와 여론의 흐름으로 보아 고이즈미 총리는 더 이상 참배를 강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참배 중단을 외교적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정치적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14일 도쿄의 외교소식통들은 “고이즈미 총리는 막다른 골목길에서 야스쿠니 문제에 대한 결단을 강요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최악의 경우 ‘사적 참배’를 앞세우며 임기 내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관철할 생각이었지만 자민당 내 핵심 원로 및 중진의원들, 또 연립여당인 공명당과 든든한 보루였던 일본유족회 등 지지층 마저 중단을 요구하고 있어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됐다고 소식통들은 입을 모았다.

더욱이 이날 발표된 NHK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지율(49%)이 한달 전에 비해 3% 포인트나 떨어지고,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멈춰야 한다’는 의견도 49%(‘참배해야 한다’ 38%)에 이르고 있다. 극우 보수지인 산케이(産經)신문을 제외하고는 언론들도 ‘국익을 고려한 참배중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식통들은 “한국이나 중국 등 외국정부의 요구에 의해 참배를 중단 당하는 모습은 피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측은 참배 중단을 결단할 경우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사 결단을 내리지 못하더라도 임기내에 참배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자민당의 대부분 인사들은 참배가 다시 한번 이루어질 경우 주변국과의 관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총력을 기울여 저지하려 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최측근인 야마사키 타쿠(山崎拓) 전 부총재도 겉으로는 “총리는 참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고 있지만 참배중지를 유도하려고 애쓰고 있다.

‘포스트 고이즈미’를 겨냥해 펼쳐지고 있는 자민당 내의 권력투쟁도 참배 강행을 어렵게 한다. 고이즈미 총리에 눌려있던 각 파벌들은 야스쿠니 문제를 계기로 “이웃 국가를 배려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연대하고 있다.

“내가 총리가 되더라도 야스쿠니를 참배하겠다”고 공언한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자인 아베 신조(安倍晉三) 자민당 간사장 대리가 표적이다. 자민당내 실력자들은 51세의 아베 간사장 대리가 총리가 됨으로써 초래되는 세대교체를 강력히 저지하겠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아베 간사장 대리가 고이즈미 총리에게 ‘참배 중지’를 요구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중의원 의장에게 “신중하기 바란다”고 비판하자,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가 “선배를 비판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 것이 상징적인 장면이다.

도쿄=김철훈특파원 chkim@hk.co.kr

■ 고이즈미, 참배의 득실

고이즈미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공약으로 자민당 총재가 됐고, 일본 총리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임 5년째에 접어드는 장기 집권도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한 덕을 많이 봤다. 야스쿠니 참배는 고이즈미 리더십의 상징으로 작용해 강력한 이미지의 새 정치가를 갈망하던 일본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측면이 크다.

자민당 내에서 파벌기반이 약했던 고이즈미는 2001년 4월 자민당 총재선거 때 일본유족회 간부에게 ‘종전기념일(8월 15일) 공식 참배’를 약속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전국 100만 세대에 이르는 자민당의 강력한 지지기반인 일본유족회는 고이즈미의 이 같은 호소에 표로 응답했다.

그는 총리가 된 뒤 주변국가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공약을 이행하는 형식으로 매년 참배를 강행했다. 이것이 자신의 주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이는 강한 리더십으로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져 높은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점이 바로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참배를 ‘섣불리’ 중단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과 한국의 압력에 의해 참배를 중단한다면 보수층의 급격한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고이즈미 총리의 솔직한 고민이다.

그러나 이 같은 포퓰리스트적 정치 수법은 일본의 국익에는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중국과의 관계가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이 되는 등 주변국과의 외교 관계가 심각하게 악화된 것이 가장 큰 손실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우정개혁과 함께 승부수로 추진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이 어렵게 되는 등 일본 외교는 타격을 받았다.

도쿄=김철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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