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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友 수공예 전시·판매 '갤러리 셈'/ "역경딛은 땀방울 역작으로 빛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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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友 수공예 전시·판매 '갤러리 셈'/ "역경딛은 땀방울 역작으로 빛나죠"

입력
2005.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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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을 걷다 보면 오른쪽 골목으로 흰색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적은 자그마한 간판이 눈에 띈다. ‘갤러리 셈(SEM)’. 뇌성마비 장애인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 작품을 전시하고 일반에 판매하는 국내 최초의 장애인 전용 갤러리이다.

2월 개관한 갤러리의 내부로 들어가면 15평 규모의 아담한 전시 공간에 장애인들이 온 힘을 모아 만든 수공예품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한땀한땀 수를 놓아 만든 무명쿠션, 옷가지를 만들다 남은 천 조각을 활용한 반짇고리, 108개 염주 알을 일일이 손으로 깎아 연결한 염주, 작은 나무조각에 불경을 새겨넣어 만든 열쇠고리, 천연 올리브유 등을 이용해 수작업으로 만든 천연비누, 천으로 만든 찻잔 받침보 등 일반 생활용품 100여 개가 가득 들어차 있다.

언뜻 보기에도 일반 시장의 공장제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티끌이나 작은 흠집하나 찾아 볼 수 없도록 마무리 작업을 완벽히 끝내 놓은 전시품에서 장애인들의 피땀 어린 정성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가격만큼은 시중 제품들과 비교해서 20~30%가량 저렴하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장애인들이 만든 물품을 보급하기 위해 값을 낮춰 책정했다.

갤러리 바로 옆 건물 지하실은 작업실. 3~4명의 뇌성마미 장애인 장인(匠人)들이 각자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뇌성마비 3급 장애인인 강호석(36)씨는 오른 손 하나만으로 열쇠고리에 붙이는 나무조각에 조각 칼로 깨알 같은 크기의 불경을 새겨넣고 있다. 가로 세로 4㎝ 크기의 나무조각에 모두 484개의 글자를 새겨지는 일종의 예술 작품이다.

강씨는 “비장애인이 10분이면 끝낼 작업을 나는 3일이 넘어야 간신히 마칠 수 있지만 작품 한점을 완성할 때 마다 느끼는 짜릿한 희열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좋다”며 “중증장애인도 이 사회에 당당히 참여할 수 있다는 생각에 다른 뇌성마비 장애인들도 소문을 듣고 찾아오곤 한다”고 말했다.

갤러리 이름인 셈(SEM)은 티벳어로 ‘마음’이란 뜻. 갤러리 대표이자 이들 장애인의 대모(代母)역할을 하는 채수선(50ㆍ여)씨가 “한마음으로 더불어 살자”는 생각에서 명명했다.

채씨는 “다른 장애와 달리 뇌성마비는 태어나면서부터 장애를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의존적이고 매사에 나약할 수 밖에 없다”며 “이들에게 자립의지를 북돋워 주기위해 이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평범한 가정주부이던 채씨가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도우미를 자처하고 나선 것은 지난 1989년 초. 뇌성마비 장애인인 친구 여동생에게 우연히 수공예를 시켜 보았는데 예상외로 깔끔하게 마무리 하는 것을 보고 이들의 ‘홀로서기’를 도와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한다.

채씨는 당시 수유리 살림집에서 지하실을 개조해 작업공간을 만들고 외부 강사 등을 초빙해 목공예 미싱 전각 수예 등을 가르쳤다. 알음알음으로 찾아온 뇌성마비 장애인들은 초기에 5~6명으로 시작해 지난 10여년동안 100여명이 채씨의 작업실을 거쳐갔다.

채씨는 “이들이 만든 작품만을 따로 모아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솜씨를 사회에 알리면서 마음놓고 물건을 만들고 전시하고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 갤러리를 열었다”며 “비장애인은 물론 다른 장애인들도 이곳에 와서 뇌성마비 장애인들의 작품을 보고 마음 속 교감을 이루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02)733-5560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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