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입국함에 따라 ‘김우중 관련 7대 의혹’이 베일을 벗을 지 주목된다. 김 전 회장의 ‘대우 붕괴-해외 도피-6년 만의 귀국’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일반 상식으론 이해하기 힘든 대목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우 사태의 짐이 전 국민에게 돌아간 만큼 한국 경제를 위한 반면교사의 교훈을 얻기 위해서도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1.대우 붕괴의 진실은 무엇인가-대우그룹은 1998년 총 자산 77조원, 매출 62조원을 자랑하는 재계 서열 2위의 대기업이었다. 국내 계열사는 41개, 해외 법인은 무려 396개였다. 이러한 대우가 99년8월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으로 해체의 길을 걷게 된 결정적 배경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방만한 확장과 차입 경영 등은 사실 대우만의 문제는 아니었고 ‘DJ 외면설’, ‘’ 등이 나오고 있다.
2.누구의 지시로 나갔나-김 전 회장은 99년10월 중국으로 출국한 뒤 돌연 종적을 감췄다. “DJ정부가 출국을 권유했다”. 그러나 14일 검찰에선 채권단과 임직원 권유로 외유길에 올랐다고 말했다. 과연 그의 출국이 타의에 의한 것인 지, 타의라면 그 실체는 누구인지, 아니면 자의적 판단이었는지가 해명돼야 한다.
3.그 동안 누가 도와줬나-김 전 회장은 5년8개월동안 베트남을 근거지로 프랑스와 독일, 중국 등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폴 국제 수배를 받은 김 전 회장이 어떻게 전 세계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는지는 의혹 투성이다. 정부 및 사법당국에서 과연 김 전 회장의 소재를 모르고 있었는지와 그에게 도피 자금 등을 지원하고 끊임없이 도와준 세력이 누구인지 밝혀져야 한다.
4.왜 지금인가-김 전 회장의 귀국 시점에 대해서도 김 전 회장측 해명은 수긍할 수 없는 점이 많다. 백기승 전 대우그룹 홍보이사는 “(69)으로 건강이 올해 들어 급속히 악화한 데다가 대우 문제에 대한 사법 절차가 끝난 것이 계기”. 그러나 유전 및 행담도 의혹으로 여권이 수세에 몰린 시점에 단행된 김 전 회장의 귀국은 석연치 않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386 세력이 분위기 반전을 위해 김 전 회장의 귀국을 추진했다는 ‘386 기획설’. 김 전 회장의 재평가 및 귀국 분위기 조성이 대우그룹에 취직한 386 운동권 출신을 중심으로 처음 제기됐다는 점도 ‘386 기획설’.
5.사전조율 있었나-김 전 회장측은 부인하고 있지만 귀국 전에 청와대 또는 정권 핵심부와 의견 조율이 이뤄졌을 것이라는 세간의 의혹도 풀어야 할 과제다. 벌써부터 ‘’ 등의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6.‘김우중 리스트’의 진실은-김 전 회장의 정관계 로비 대상 이름 등이 담긴 김우중 리스트가 존재하는 지와 김 전 회장이 과연 이를 검찰에서 밝힐 지도 관심사다. 김 전 회장이 정치권과 늘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에서 김우중 리스트의 파괴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7.숨겨놓은 재산 정말 없나-김 전 회장측은 97년 대우그룹 자구책을 발표할 때 계열사 주식과 부동산 등 1조3,000억 규모의 재산을 담보로 내 놓은 만큼 더 이상 숨겨진 재산은 없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 이와 관련, 대우그룹의 영국 비밀 금융조직인 BFC가 열쇠가 될 지 주목된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 檢 "언론 제기한 의혹자료 모두 확보"
14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상대로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김 전 회장의 혐의가 어마어마하고 기록이 방대하다”면서도 혐의 입증에는 자신감을 보였다.
민유태 대검 수사기획관은 “수사 및 재판 기록만 1톤 트럭 1대분에 이를 정도로 조사할 게 많다. 기소 전 20일 동안의 구속기간에는 기소 중지된 범죄 사실 확인에 주력하고, 정ㆍ관계 로비 등 나머지 의혹은 추후에 계속 수사해 나가겠다”고 수사 방향을 설명했다.
그는 “이번 수사는 (대우 임ㆍ직원들을 상대로) 이미 1차례 조사를 마친 내용을 재확인하는 성격이어서 하루하루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는 식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 기간은 총 50일 정도로 예상했다.
4월 전직 대우 임원들에 대한 대법원 선고에서 대법원은 분식회계와 대출사기, 해외재산도피 등 모든 혐의에 대해 김 전 회장이 ‘지시’ 또는 ‘공모’했다고 인정한 바 있어 이 부분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는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중수부 관계자도 “김 전 회장이 큰 줄기를 다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보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정ㆍ관계 로비 의혹 수사에 대한 검찰의 자신감이다. 민 수사기획관은 13일 “조사하다 보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외에) 뇌물 1, 2건 정도는 더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데 이어 이날은 “(정ㆍ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추궁할 자료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해 봐야 안다”는 식의 대응이 대부분인 검찰이 웬만큼 확실한 단서 없이는 하기 어려운 표현이다. 그는 “언론이 제기한 의혹은 모두 갖고 있다”고도 했다. 정ㆍ관계 로비에 대한 수사 확대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오전 6시50분께 대검에 도착해 수사진과의 간단한 문답을 마친 뒤 북어국을 먹고 휴식을 취하다 오전 11시께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점심은 된장찌개, 저녁엔 백반을 제공했지만 음식을 거의 넘기지 못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김 전 회장은 이날 조사 도중 자주 휴식시간을 요구해 검찰이 이를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오후 10시께 일단 조사를 마쳤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진단서를 제출받아 검토하는 한편, 조사 기간 중 의료진을 대검 인근에 대기시킬 방침이다. 검찰은 그러나 “김 전 회장에 대한 ‘수사 편의’는 없다”고 못박았다.
김 전 회장이 조사받는 대검 11층 1113호 조사실은 20평으로 중수부 조사실 중 가장 큰데다 화장실까지 갖추고 있어 일명 ‘VIP룸’으로 불린다. 고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 고 최종현 전 SK 회장, 노태우 전 대통령,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등이 이 방에서 조사를 받았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 베테랑 검사들 vs 김&장 변호사들
특별수사 베테랑 검사들로 구성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수사팀과 국내 최대 로펌(법률회사) 김&장의 거물급 변호사들로 이뤄진 변호인단의 면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사를 총괄 지휘할 박영수(사시 20회) 대검 중수부장은 강력부 검사 경력이 두드러지지만 2003년 서울지검 2차장 시절 SK그룹 분식회계 사건을 지휘한 경험이 있다. 당시 산하 형사9부는 SK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이남기 전 공정거래위원장의 수뢰 혐의까지 밝혀냈다.
민유태(사시 24회) 수사기획관은 대검 중수1ㆍ2ㆍ3과장을 거친 특별수사통이다. 2001년 대우 분식회계 사건의 주임검사를 맡아 20여 명에 이르는 대우 임원들을 기소했다.
주임검사인 오광수(사시 28회) 중수2과장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 비리사건 등 굵직한 사건들을 맡아왔다. 이병석(사시 31회) 부부장검사는 현대그룹 비자금사건과 불법대선자금 수사, 안성욱(사시 33회) 검사는 공적자금비리수사, 조재연(사시 35회) 검사는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비리 수사에 참여했다. 안 검사는 2001년 대우 사건에서 정ㆍ관계 로비의혹 수사를 맡았던 경력도 있다.
변호인단의 윤동민(사시 12회) 변호사는 검찰 동기 중 가장 먼저 검사장으로 승진했으나 법무부 보호국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 변론 전략과 방향을 정하는 팀장 역할을 맡고 있다.
올 초 김&장에 합류한 김회선(사시 20회) 변호사는 서울지검 1ㆍ3차장,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을 거친 엘리트 검사 출신으로, 박영수 중수부장과 사시 동기이다. 인천지검 검사 출신인 조준형(사시 29회) 변호사는 대북송금 사건 변호에 참여했다. 이 외에 김 전 회장과 경기고 동창인 석진강(고등고시 11회) 변호사는 개인적 친분으로 법률자문을 맡고 있다.
한편 1999년 대우사태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으로서 대우 해체작업을 주도했던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김&장의 고문을 맡고 있어 김 전 회장과의 묘한 인연의 끈을 이어갔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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