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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부 칼럼] 숭어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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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래부 칼럼] 숭어의 정치학

입력
2005.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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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베르트의 가곡 ‘숭어’는 경쾌한 노래다. 나그네와 어부, 낚시를 소재로 강가의 목가적 풍경을 그리고 있는 서경시 같은 가곡이다.

<거울 같은 강물에 숭어가 뛰노네 …젊은 어부 한 사람 강기슭에 서서 낚싯대로 숭어를 낚으려 하였네 그걸 바라다보며 나그네 생각엔 거울 물에선 안 잡혀 그 어부는 마침내 꾀를 내어 흙탕물을 일으켜, 아! 숭어 떼가 모여들어 낚아 올렸네 마음 아프게도 나는 그것을 보았네>

한가로워 보이는 이 노래도 듣기에 따라 정치적ㆍ세태적 상징을 전해 준다. 집권 여당의 분열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 소절이 남기는 여운은 특히 쓸쓸하다. 참여정부는 경륜은 적어도 맑은 강물 같은 도덕성으로 시작하여 중반기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흙탕물이 권력 내부인 집권당에서 일기 시작하여 외부로 번져 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집권당 내에서 이는 흙탕물

열린우리당의 개혁파ㆍ실용파 간 알력은 지난해 말 표면화해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당의 정책은 진보와 보수 사이에서 약간의 스펙트럼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을 소화하지 못하고 한국 정치의 고질인 파벌 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 등의 개혁은 사라지고 자중지란만 일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염동연 의원의 당 상임중앙위원직 사퇴로 분열은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호남 의원들의 민주당 입당설까지 나오고 있다. 개혁을 내세워 집권한 사람들이 정치를 다시 지역정당 시대로 후퇴 시키려 하는 셈이다.

대통령의 또 다른 측근 이광재 의원이 러시아 유전개발 의혹으로부터 아직 자유롭지 않고, 문정인 동북아시대위원장이 행담도 개발 의혹사건에서 사업 중재역을 맡은 사실도, 참여정부의 도덕성을 흠집 내거나 의심케 하는 일이다. 감사원이 문 전 위원장과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등을 검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라니 지켜볼 일이다.

포부만큼 개혁도 못 이루고 경제불황에서도 탈출하지 못한 채 참여정부는 집권 중반에 도달해 있다. 지금까지 언론개혁의 성과는 무엇이며, 남북관계에서 DJ정부의 햇볕정책보다 발전 시킨 것이 있는가.

벌써 레임덕 현상이, 그것도 여당 핵심부와 대통령 지근 거리에서 일고 있는 듯하다. 대통령과 측근 사이에는 빈틈없는 신뢰관계가 형성돼야 한다. 그러나 측근이라도 의혹에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는 냉철해져야 한다. 엄정함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 측근정치는 현대사의 대표적 폐단이었다. 측근이 물을 흐리는 예를 너무나 많이 목격해 왔다.

전에도 얘기한 바 있지만 사람은 뼈가 몸 안에 있고, 곤충은 몸 거죽에 있다. 사람 살은 위험에 노출되어 많은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대신 근육화함으로써 저항성을 높여간다.

반면 딱딱한 뼈가 거죽에 있는 곤충은 방어에 유리하지만, 일단 껍데기가 뚫리면 피해는 치명적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역대 누구보다도 자신을 지지하는, 측근이라는 단단한 껍데기에 둘러 쌓여 왔다. 그 껍데기가 뚫려 치명상를 입지 않도록 측근을 철저하고 엄정하게 대해야 한다.

측근 단속ㆍ경제회복에 힘써야

껍데기에 구멍을 뚫는 일은 물론 외부에서 더 많이 시도되고 있다. 최근 전여옥 한나라당 대변인의 ‘대통령 학력 콤플렉스’ 발언이 한 예다. ‘군주가 엄중하게 경계할 일은 경멸하거나 얕잡아 보이는 것’이라는 마키아벨리의 어록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전 대변인은 저격수로서의 손익과 구멍을 뚫는 야비한 효과를 계산해 보았을 것이다.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으로 동맹관계와 북핵 문제를 둘러싼 한미 간 불협화음을 원만하게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 묵은 숙제이고 여러 번 강조된 바 있지만, 대통령은 다시 경제회복에 정성을 쏟아야 한다. 경제가 풀리지 않으면, 그리고 후반기로 갈수록, 동지의 대열은 흩어지고 측근의 발호는 심해지게 된다. 경계해야 할 것이 많아지는 시기일 것이다.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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