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공동선언 5주년을 기념하는 통일대축전이 평양에서 시작됐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이끄는 정부대표단 40명의 평양 행은 출발부터 다소의 곡절이 있었다. 정부대표단은 당초 14일 오후 3시 대한항공 KE9815편으로 인천공항을 출발할 예정으로 탑승을 완료했으나 갑자기 북측에서 이륙을 늦춰달라고 요구, 2시간 가량 출발이 늦어졌다. 북측은 “군 당국의 비행기 훈련이 많아 지금 이륙하면 곤란하다”고 했다가 다시“평양 상공에 강한 뇌우가 오고 있다”고 통보해왔다. 사정이 이렇자 “정 장관의 평양 행이 참 어렵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정 장관은 출발에 앞서 남북대화사무국에 들러 실무자들을 격려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정 장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여부에 대해 “아무 것도 정해진 게 없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임동원, 박재규 전 통일부 장관은 오래간만에 평양을 방문하기 때문인지 얼굴이 상기돼 있었다. 임 전 장관은 “5년 전의 감격과 흥분이 되 살아나 감개무량하다”고 감회를 밝혔다.
■ 민간대표단 평양 도착
이에 앞서 민간대표단은 오전 9시5분 대한항공 KE815편으로 인천공항을 출발, 서해직항로를 통해 오전 10시께 평양에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당초 301명으로 민간대표단이 짜여졌으나 대표단 중 6명은 건강이 좋지 않거나 소속 단체의 행사로 동참하지 못했다.
민간대표단이 도착한 순안공항에는 안경호 북측준비위원장 등 북측대표단과 취재단, 청년취악단 등 70여명이 환영을 나왔다. 안 위원장은 노령의 박용길 남측 준비위 명예대표를 맞자 허리를 숙여 두 손을 꼭 잡으며 “건강하세요? 잘 오셨습니다”며 남다른 정을 드러냈고 남측 실무단에게는 “자주 만나니 반갑다”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안 위원장은 특히 현정은 현대아산 회장과 딸인 정지이씨, 김운규 현대아산 부회장을 반갑게 맞은 뒤 곧장 귀빈실로 안내하며 귀빈대우를 했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민주노동당 등 정당 대표들은 도착 행사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기념촬영을 하느라 바빠 눈총을 받기도 했다.
민간 대표단은 이어 미리 준비된 15대의 버스로 숙소인 평양 고려호텔로 향했다. 공항에서 평양 시내로 들어가는 곳곳에 ‘6ㆍ15 남북공동선언 5돌 남측대표를 열렬히 환영한다’는 붉은 색 현수막과 단일기가 나부꼈다. 일부 시민들은 대표단 버스행렬을 향해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날 오전 평양은 화창한 날씨였으나 점심 무렵부터 갑자기 천둥과 번개가 치면서 폭우가 쏟아졌다.
민간대표단은 고려호텔에서 여장을 푼 뒤 북측 및 해외대표단과 함께 만수대 소년학생궁전을 참관했다. 이어 오후 7시30분부터 열리는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천리마동상에서 김일성 경기장까지 1㎞의 거리를 행진했다. 개막식이 열리는 김일성경기장은 5월1일 경기장과 함께 북한 최대의 종합경기장으로 1999년 8월 통일대축전 및 10차 범민족대회 개최장소로 활용된 적이 있다.
북한의 언론매체들도 6ㆍ15 5주년을 하루 앞둔 14일 관련 기사를 여러 건 내보내며 행사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자 2면에서 6ㆍ15 기념 중앙연구토론회 기사를 담았고, 조선중앙방송은 음악과 함께‘우리 민족끼리 손잡고 통일을 이룩하리’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 민간대표단 출발과 반대 시위
민간 대표단은 이날 출발에 앞서 인천공항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민족통일대축전은 분열과 대결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고 민족적 화해와 통일의 새 시대를 열어놓은 6ㆍ15 공동선언의 정신을 다시 확인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평화를 지켜내겠다는 우리 겨레의 단합된 의지를 세계 앞에 보여주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표단이 출발하는 인천 공항에서는 민족통일대축전을 반대하는 시위도 벌어졌다. 이날 오전 7시10분께 남측 민간대표단 300여명이 출국수속을 밟고 있던 인천공항 A구역 주변에 ‘자유개척 청년단’ 소속 남녀 회원 6명이 나타나 ‘김정일 독재 반미친북 정치세력 심판하자’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6ㆍ15공동선언은 원천무효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가서 돌아오지 마라 빨갱이 XXX” 등 욕설을 외치기도 했으나 민간대표단 인사들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아 물리적 마찰은 빚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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