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 공약으로 자민당 총재가 됐고, 일본 총리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임 5년째에 접어드는 장기 집권도 야스쿠니 참배를 강행한 덕을 많이 봤다. 야스쿠니 참배는 고이즈미 리더십의 상징으로 작용해 강력한 이미지의 새 정치가를 갈망하던 일본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측면이 크다.
자민당 내에서 파벌기반이 약했던 고이즈미는 2001년 4월 자민당 총재선거 때 일본유족회 간부에게 ‘종전기념일(8월 15일) 공식 참배’를 약속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전국 100만 세대에 이르는 자민당의 강력한 지지기반인 일본유족회는 고이즈미의 이 같은 호소에 표로 응답했다.
그는 총리가 된 뒤 주변국가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공약을 이행하는 형식으로 매년 참배를 강행했다. 이것이 자신의 주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이는 강한 리더십으로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져 높은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점이 바로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참배를 ‘섣불리’ 중단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과 한국의 압력에 의해 참배를 중단한다면 보수층의 급격한 이탈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고이즈미 총리의 솔직한 고민이다.
그러나 이 같은 포퓰리스트적 정치 수법은 일본의 국익에는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중국과의 관계가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이 되는 등 주변국과의 외교 관계가 심각하게 악화된 것이 가장 큰 손실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우정개혁과 함께 승부수로 추진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이 어렵게 되는 등 일본 외교는 타격을 받았다.
도쿄=김철훈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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