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996년7월 우즈베키스탄 안디잔.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대우차 우즈베키스탄 공장의 준공 테이프를 커팅하는 순간 화려한 축포가 터졌다. 연간 20만대 생산 규모의 이 공장을 축하하기 위해 정ㆍ관ㆍ재계 인사들과 언론인 등 300여명이 서울에서 전세기를 타고 갔다.
#2. 2005년6월 미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시.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은 공항 트랩에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준공식 참석자와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반갑게 맞았다. 전세기는 무려 4대나 떴다. 행사에는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을 비롯 정ㆍ관ㆍ재계 인사들과 언론인이 대거 참석했다.
한국 자동차 역사에 길이 빛날 이 두 장면은 9년의 시차가 있지만 너무나도 닮아 있다. 닮은꼴은 이 것만이 아니다. 정 회장이 최근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처럼 김 전 회장도 당시 자동차 업계의 무서운 강자로 대서특필됐다.
김 전 회장이 GM을 제치고 폴란드 FSO 자동차 공장까지 인수하자 영국의 이코니미스트지는 ‘또 하나의 도요타가 탄생했다’고 감탄할 정도였다. 정 회장의 ‘글로벌 경영’은 김 전 회장의 ‘세계 경영’과 용어까지 똑 같다.
그러나 대우와 현대ㆍ기아차의 유사점은 여기까지여야 한다. 낙관적 전망에 기초해 무리하게 공장을 인수, 몸집만 불린 대우차는 곧 삐걱댔다.
손해를 보면서 차를 팔 수밖에 없었고 재무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 결국 대우 사태를 초래했다. 핵심 역량에 집중하기 보다 외형적 성장만 추구한 결과는 일장춘몽에 불과할 뿐임이 이미 입증됐다. 최근 현대차가 내실다지기에 나선 것은 다행스럽지만 사업다각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가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
박일근 산업부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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