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인종차별에 얽힌 과거사를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미 상원은 13일 군중교수형(lynching)을 금지하는 법안 제정을 과거 수차례 방해한 사실에 대한 사과 결의를 채택했다. 군중교수형은 서부영화에서 종종 묘사됐던, 마을광장 등에서 군중들이 보는 가운데서 집행되는 공개처형. 1882~1968년 법적으로 허용됐다.
백인 악한이 처형됐던 영화와는 달리 군중교수형은 대부분 흑인을 상대로 이뤄졌다. 터스케지 대학에 따르면 이 기간 중 살해된 4,743명 중 3,446명이 흑인이었다.
백인여자를 쳐다봤거나 백인남자에게 말대꾸를 했다거나 흑인인 주제에 부유하다는 이유로 처형된 경우도 많았다. 이들 중 일부는 교수형에 처해지기 전 눈알이 도려지고, 사지가 절단되거나 말뚝에 묶인 채 화형 당했다. 군중교수형은 백인들에게 좋은 구경거리였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결의를 미국 역사에서 흑인이 당한 부당한 처우에 대한 의회 차원의 최초 사과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이 ‘수치스러운 전통’이라고 표현한 군중교수형을 폐지하기 위한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1891~1952년 7명의 대통령이 의회에 금지법안 통과를 요청했고, 200건에 달하는 관련법안이 제출됐다.
그러나 하원을 통과한 것은 겨우 3번, 그나마 상원에서 남부 출신 의원들의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로 입법이 좌절됐다. 군중교수형은 1960년대 ‘시민권리법’이 제정되면서 사문화됐다.
미시시피주 네쇼바 카운티 법원에서는 1964년 미국 미시시피주에서 인권운동가 3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백인우월주의 단체 ‘큐 클럭스 클랜’(KKK) 조직원에 대한 재판이 41년 만에 재개된다.
에드거 레이 킬런(80)은 당시 흑인 투표권 운동을 벌인 뉴욕출신 백인청년 마이클 슈워너, 앤드루 굿맨과 현지 흑인청년인 제임스 체이니를 납치 살해한 후 둑에 파묻은 10여명의 KKK단 일당 중 주모자라는 혐의를 받고 있다.
미시시피주 수사당국은 이들을 살인혐의로 기소할 수 있었으나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해 사건 발생 3년 만인 1967년 연방수사국(FBI)이 살인혐의가 아닌 범죄공모 혐의로 우회 기소했다.
기소된 7명은 모두 6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아 복역했으나 당시 침례교 전도사였던 킬런은 전도사에게 유죄평결을 내릴 수 없다고 버틴 한 여성 배심원 덕에 재판 후 석방됐다. 이 사건은 1988년 ‘미시시피 버닝’이라는 영화로도 제작됐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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