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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 아 무너지는 소리!

입력
2005.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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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에 의하면 불만의 계절은 겨울인데, 요즈음에는 지구의 기후 변화 탓인지 여름으로 바뀐 것만 같다.

물오른 물가는 물론이고, 눈뜨면 콩나물처럼 자라버린 각종 요금과 세금, 쏘아올린 우주선을 방불케 하는 집값과 땅값, 이 내 몸값만 안 올라 답답해 달리는 사이, 시비를 가릴 틈도 없이 올라버린 택시비, 태산과 경쟁이라도 하듯 오르고 또 오르다 천장에 부딪쳐 이마에 피를 흘리는 것들, 저들이 올라갈수록 고개를 떨구는 사람들, 바닥이 팰 정도로 땅에 떨어진 민심, 아 무너지는 소리!

물론 이런 와중에서도 어디에선가 줄기세포가 자라고, 얼마 후면 청계천이 흐르고, 밤마다 태극전사의 발끝엔 시원한 통쾌함이 터지고 있지만, 간식이 주식을 대체할 수는 없으니, 오늘 하루 우리는 무슨 희망을 먹고 살 것인가?

열린우리당은 열리지도 않고 우리는 더욱 아닌 ‘닫힌저희당’이 되어 정치도 데모도 아닌 것을 가지고 진보니 실용이니 왈가왈부하면서 일진일퇴 아니면 일보삼배하고, 한편 변함없는 한나라당은 대안 없는 당으로 장독대에 앉은 두꺼비처럼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그러면서도 당당하기만 하니, 어찌 마지막 남은 만원 한 장을 이들에다 걸 것인가?

그간 올라서 손해 본 것을 계산하면 선거 때 표 한 장에 얼마를 불러야 할지?

내일이면 6ㆍ15 남북공동선언 5주년, 그때 이후 남북은 얼마나 가까워졌을까?

비료도 식량도 소떼도 관광객도 물가나 땅값처럼 계속 올라만 갔으니 지금쯤 휴전선은 고압선처럼 강한 전류가 흘러야 하건만, 금강산이 더욱 더 아름다워 보여야 하건만, 오히려 해묵은 불안과 불만만 합선하고 있으니, 우리의 선량들의 하는 짓이 효종의 북방정책만큼이나 허망한 일이 아니던가?

예나 지금이나 남북관계는 스프링 없는 마차처럼 삐걱거리고 거기에 올라탄 국민들은 온통 엉덩이가 이끼처럼 퍼렇게 멍들어 있지 않은가?

핵실험을 하는 것인지 인내를 실험하는 것인지, 어쩌다 던진 말 한마디에도 기후가 돌변하는 남북관계, 미라가 된 아바이 수령은 꿈속에서 지령을 내리는데, 북한에는 요셉이 없어 해몽은 없고 악몽만이 있는 것인가?

어쩌다 미국과 유엔이 자기들 해석을 내놓기라도 하면, 낯선 나라에 가서 무관중 경기를 해야 한다면, 아 무너지는 소리! 제발 6ㆍ15가 6ㆍ25의 전주곡이 되지 않기를!

최병현 호남대 영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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