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BC ‘내 이름은 김삼순’이 난리다. 재벌 2세와의 계약연애라는 스토리는 그리 새로울 것 없는데도 왜 사람들은 삼순이 이야기에 열광할까. 그것은 이 드라마가 주 시청자층인 20~30대 여성을 열광케 하는 코드들을 요소요소 배치했기 때문이다. 방영 초반이니 자세한 이야기는 뒤로 미루고, 오늘은 이 코드들에 대해 한 번 얘기해 볼까.
6Kg = 이 드라마를 위해 김선아는 6㎏을 뺀 것이 아니라 찌웠다. 신데렐라 드라마들은 늘 주인공을 ‘평범’하다고 설정하지만 사실 죄다 ‘어디가?’라는 말이 나오던 예쁜이들 아니었던가. 여전히 매력적이긴 하지만, 김선아의 불어난 몸매는 여성들에게 이 드라마를 현실적으로 느끼게 만든다. 게다가 엄마는 ‘살짝’ 일수를 놓는다니, 배경도 참 구구절절 평범하다.
파티쉐 = 먹는 얘기 1. 요즘 여성들의 미니홈피나 블로그에 들어가 보라. 케이크는 그들의 시각과 미각을 동시에 만족시켜주는 ‘예쁘고 맛있는’ 음식이다. 그리고 김선아의 직업 파티쉐는 케이크를 잔뜩 먹을 수 있는 ‘새롭고 달콤한’ 직업이다.
시럽 잔뜩 넣은 라떼 = 먹는 얘기 2. 케이크와 함께 먹는 바로 그 차. 라떼보다는 ‘시럽 잔뜩 넣은’이 정말 중요하다. 칼로리 낮은 블랙커피냐 시럽 잔뜩 넣은 라떼냐. 케세라세라.
Girls = 삼순이 취직한 레스토랑에서 신고식 삼아 춤을 출 때 흘러나오는 곡은 가수 렉시의 ‘Girls’. 남자들을 ‘애송이’라 비웃었던 렉시는 여가수로서는 드물게 ‘언니’들에게 더 많은 인기를 누렸고, ‘Girls’는 나이트클럽을 휩쓸었다.
피아노 = 피아노도 잘치는 남자는 여성들의 꿈. 하지만 더 매력적인 건 피아노를 치는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 요즘 여성들은 얼굴만큼 손을 본다(흑!). 이 드라마의 카메라는 피아노 치는 진헌(현빈)의 예쁜 손을 참 정성스레 잡는다. 현빈이 치는 ‘Over the Rainbow’같은 올드팝 역시 여성이 너무 어렵지도, 값싸지도 않게 느끼는 인기 곡.
미지왕 = 요즘 삼순의 메신저 프로필은 ‘삼식이’ 아니면 ‘미지왕’? 대중문화의 세례를 받고 자란 이 세대는 ‘나만 아는 작품’ 하나쯤은 갖고 있다. 삼순 역시 유료관객 6,000명이 들었다는 이 영화로 진헌을 놀린다.
아이 = 다른 ‘싸가지 없는’ 재벌 2세들과 달리 진헌은 여자에겐 못되게 굴어도 아이에게는 끔찍하다. 모성본능 100% 업에 근본은 나쁘지 않다는 걸 확인시켜준단 얘기.
김선아 = 삼순은 김선아가 있기에 가능한 캐릭터다. 김선아는 영화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 ‘위대한 유산’, ‘S다이어리’에서 평범한 20대 후반 여성 캐릭터를 줄기차게 연기, ‘선아물’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자신의 캐릭터를 장르화 시켰다. 김선아의 성공은 이제 ‘삼순이’들의 이야기가 드디어 TV에서도 주류가 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언니 파이팅!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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