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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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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남는 건 사람이다

지금 레포트를 하나 끝내고 잠시 1999년 그러니까 대학교 3학년 생활을 다른 학교에서 하던 때가 생각났습니다. 그 때는 정말 형들 도움 받아가면서 졸졸 따라만 다녔는데도 총 평점이 3점 하고도 후반대가 나와 장학금을 받느니 마느니 했었는데, 지금은 편입한 후이다 보니 맨땅에 헤딩만 1학기 동안 하고 있군요.

그나마 친구 몇을 알게 되었는데, 겹치는 과목이 거의 없어서 도움도 못 받고 있습니다(자동제어가 그래서 문제입니다. 진동학은 그나마 같이 수업을 듣고 있지만).

오늘 발표를 하나 했는데 제대로 못해서 욕을 얻어먹었죠. 그런데 내용을 요약하면 ‘넌 대 3 될 때까지 아는 녀석 하나 안 만들고 뭐 했냐?’는 식인 것 같기도 해서. 솔직히 좀 많이 의기소침하고 스트레스도 받고 그랬습니다. 결국 이건 대학교 때 사람 잘 사귀면 학점 잘 나온다 같은 뻔한 이야긴데, 솔직히 이건 중요한 게 아니고. 정말 중요한 이야긴 여기서부터겠지요.

제 나이 28세. 돈도 벌어보고 많이 써보기도 하고 여행도 다녀보고 별로 물질적으로 남 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지만, 솔직히 이런 건 언제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더군요.

어제 열심히 외워 놓았던 티라노사우르스의 생태계가 오늘 바뀌고, 2차 대전사의 중요한 전사가 실은 거짓 정보로 판명되고, 그런 상황에서 아는 지식은 업데이트 해야만 쓸모 있는 것이 되는 게 세상 사는 것 같습니다.

그런 중에도 변하지 않는 게 있습니다. 바로 사람이더군요. 비록 관계가 틀어지거나, 조금은 서먹서먹해지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래도 제가 먼저 웃어주면 언제나 웃어주는 게 사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때는 주고, 받을 수 있을 때는 받아가면서 사는 게 인생이 아닐까 싶네요.

할 수 없이 싸워야 할 때는 지지 않겠다는 각오로 싸우곤 하지만, 그 외엔 둥글둥글하게 살겠다고 마음 먹게 된 것도 사소한 일 때문에 사람을 잃는 일은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런 인생관을 갖게 된 것이지요.

인간이란 단어가 人間이잖아요. 사람 사이. 즉 인간이란 뜻 자체에 사람들 사이, 즉 ‘관계’가 포함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이란 단어는 ‘人’이고 이것 역시 막대기 하나론 못 서 있으니 누군가에게 기대라고 ‘人’이라고 한다던데 정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http://teres.egloos.com/1412254

■ "그래 여보, 한번 날씬해져봐"

끼아아아...! 우헤헤헤헤!

퇴근길, 현관문을 열기도 전에 두 꼬마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전날까지도 없던 러닝머신 위에서 두 놈이 발을 구르며 미끄럼을 타느라 정신이 없다.

“웬 거니?” “응. 낮에 어떤 아저씨가 주고 갔어. 무지 재미있다! 아빠도 해 봐!” 보기에도 형편없이 조악하고 작은 수동 러닝머신이다. 알고 보니 아내의 살 빼기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그 날부터 아내는 살과의 전쟁을 시작했다. 매일 한 시간이 넘도록 비명을 질러가며 뛰었고, 먹는 건 보리밥에 오이와 된장, 우유 한 통. 또 어느 날엔 단백질 보충이라며 삼겹살만 2인분을 먹어치웠다. 일단 먹으면서 운동으로 뺀다고 하니 조금 신뢰는 갔다.

나흘째 저녁, 아내는 저울에 올라가더니 “겨우 1.5kg 빠졌네”라고 실망한다. ‘겨우’라고는 했지만 억양에는 희색이 역력했다. 그런데 내가 봐도 좀 빠지긴 빠진 것 같다. 하기야 거의 풀만 먹고 그렇게 운동을 하는데 안 빠지면 오히려 비정상이지. 한 가지 흠이라면 돈을 퍼 들여서 그렇지….

물론 아무리 먹어도 찌지 않는, 날렵한 몸매를 가진 나로서는 아내의 저 처절한 몸부림을 100% 공감하진 못한다. 그래서 얼굴을 고친다느니 다이어트 한다느니 하면 ‘저 인생들이 속에 든 게 없어서 저러지’라고 했다.

하지만 사실 나 역시 뚱뚱한 여자보다 날씬한 여자가 좋고, 예쁜 여자가 지나가면 자동으로 고개가 돌아가기는 마찬가지다. 타인의 간절함은 흘겨보면서도 이율배반적인 속물 근성이 내게도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우리 집에서 일어나는 저 불굴의 투쟁을 지켜보며 내 생각도 조금 달라졌다. 일단 날씬해지면 인생에 자신감이 생긴단다. 옷을 입어도 맵시 나게 입을 수 있지, 걸음걸이가 당당해지고 즐겁기까지 하다는데야 말릴 재간이 있나. 이 땅의 뚱뚱한 분들이여, 뺄 수 있으면 원 없이 빼서 즐겁게 지내시기를.

http://blog.daum.net/suboe/2392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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