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영화 드라마에 이어 뮤지컬도 본격적인 일본시장 공략 채비를 갖추고 있다. ‘한류’ 열풍을 무대로 옮기기 위해 준비중인 작품은 3편. ‘겨울나그네’ ‘겨울연가’ ‘더 콘보이쇼’가 열도 진출의 선봉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명성황후’로 한국 창작 뮤지컬의 신기원을 이룩한 에이콤(대표 윤호진)은 최인호의 소설을 각색한 ‘겨울나그네’를 들고 나왔다. 1997년 초연 작품을 뼈대만 남기고 2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 일본 진출에 앞서 11월3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의 공연을 통해 관객들의 반응을 검증 받겠다는 계획이다.
에이콤 측은 가슴 저미는 사랑 이야기가 국내 관객뿐만 아니라 일본 중년층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는 탤런트 윤손하씨가 초연에 이어 주연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내년 도쿄(東京) 공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윤 대표는 “우리의 실력이 브로드웨이에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며 “이번 진출을 아시아에서 한국 뮤지컬시장 구축을 위한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옐로우필름(대표 오민호)과 한양레퍼토리(대표 최형인)가 함께 만드는 ‘더 콘보이쇼’는 일본 원작을 일본으로 역수출하는 특이한 경우. 18년간 일본서 40만 명이 관람한 쇼 뮤지컬 을 국내배우와 스태프로 꾸민다. 내년 5월 서울 LG아트센터에서 5회 공연을 한 후 도쿄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에서 30회 막을 올린다.
제작비는 20억원으로 일본 광고회사 하쿠호도와 공연 기획사 디지털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후지TV 등이 투자한다. 오 대표는 “일본에서 충분히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면서 “이번 작품에 이어 창작뮤지컬 수출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송프로그램 외주 제작사 윤스칼라(대표 윤석호)가 제작 추진 중인 ‘겨울연가’는 국내 무대를 거치지 않고 일본에 직수출 할 계획이다. 한류의 대명사인 TV드라마 ‘겨울연가’의 윤석호PD와 이종일 감독이 공동 연출한다. 제작비는 약 20억원으로 12월 막을 올려 내년 6월까지 공연할 계획이다.
윤스칼라는 일본에서 흥행에 성공하면 국내 역수입 공연 뿐 아니라 대만, 싱가포르 등으로의 진출 확대도 생각하고 있다.
일본의 뮤지컬시장은 한 해 3,600억 엔 규모. 미국 영국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국내 시장이 아직 포화 상태는 아니지만 ‘한류’를 등에 업은 국내 제작사들이 ‘황금 시장’ 일본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당연하다. 12억원의 개런티를 받고 일본으로 수출된 신시뮤지컬컴퍼니(대표 박명성)의 ‘겜블러’는 28회 공연에 관객 5만2,000여명을 동원, 한국 뮤지컬의 일본시장 진출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뮤지컬 전문가들은 시장규모나 자본력에서 아직 일본을 따라갈 수 없지만 창작 능력이나 배우들의 실력은 결코 뒤지지 않기 때문에 일본시장 공략이 전혀 허황한 꿈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청강문화산업대 이유리(공연산업) 교수는 “뮤지컬은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우리 민족 성향과 딱 맞아 떨어지는 장르”라며 “자본력, 프로듀서 시스템, 창작 인력 개발 등의 요건이 갖춰진다면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명성 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는 “일본 진출 시도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그러나 일본 뮤지컬 문화가 상당한 수준이라 단지 ‘한류’에 편승해 적당히 만들었다가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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