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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두바이와 신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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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두바이와 신기루

입력
2005.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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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두바이유(油)는 대부분 안다. 우리나라가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원유는 80%가 중동산인데 그 가격이 UAE(아랍에미리트연합)에서 생산되는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올들어 이 유종의 가격이 예상보다 10달러 이상 웃도는 50달러를 넘나들면서 정책당국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또 골프팬들에게는 EPGA투어의 하나인 ‘두바이 데저트 클래식’도 유명하다. 그래서 흔히 두바이를 UAE의 수도로 생각하거나 석유 하나로 먹고사는 곳이라고 짐작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아라비아반도 동쪽 끝이자 걸프만 입구에 있는 UAE는 수도인 아부다비와 ‘중동의 홍콩’으로 불리는 두바이 등 7개 토후국의 연합국가다. 세계 3위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원유는 아부다비에 집중돼 있어, 지난해 UAE 국내총생산(GDP)에서 두바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25%이지만 이 중 석유관련 부문은 10%도 되지 않는다.

1980년대부터 석유자원 고갈을 우려한 정치지도자들이 ‘탈(脫) 석유경제’와 비즈니스 및 관광 허브를 목표로 전략발전계획을 일관되게 추진해온 덕분이다. 그 결과 제벨알리 자유무역지대(JAFZ)에만 지금 100여개국의 2,200여 글로벌 기업들이 들어서 있다.

△두바이는 최근 세계 건축사의 역사를 새로 쓴다는 ‘버즈 두바이(Burj Dubaiㆍ두바이의 탑)’라는 이름의 초고층 빌딩 착공으로 다시 지구인의 눈길을 잡았다. 삼성물산(건설)이 주 시공사로 선정돼 더욱 화제가 된 이 빌딩은 160층 이상으로 700m를 넘을 것으로만 알려져 있을 뿐 정확한 층수와 높이는 내년 중 확정될 예정이다.

다른 나라의 추월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2008년 이 빌딩이 완공되면 타이거 우즈가 옥상 헬기착륙장에서 드라이버 샷을 날리는 이벤트로 화제를 모은 7성(星)호텔 ‘버즈 알 아랍’과 함께 세계적 명물이 된다.

△한 도시가 국제 거점 허브로 자리잡으려면 지정학적 입지는 물론 최적의 비즈니스 환경과 효율적 운영체계, 개방적 정치리더십과 정책 신뢰성 등이 필수라고 한다. 선택과 집중은 모든 전략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오일달러와 왕정이 절묘하게 만난 두바이의 오늘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슬람이나 중동의 이미지와 한계를 이미 벗었다. 그런데 동북아 허브를 지향한다는 우리는 지금 제자리 걸음이다. ‘위원회가 희망’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그리는 허브는 신기루일 뿐인가.

이유식 논설위원 y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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