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국회 재경위에서 뭇매를 맞았다. 특히 우군으로 여겼던 여당 의원들까지 나서 총재의 ‘가벼운 입’으로 인한 외환정책 실패를 질타했다. 일부는 박 총재의 용퇴를 촉구했다.
박 총재는 의원들의 비판을 미리 예상한 듯 이날 회의가 시작되자 마자 현안보고를 통해 잇단 실언 경위를 길게 설명하며 의원들의 이해를 구했다.
그는 “외국 언론이 한국의 외국자본 차별, 외환시장 개입, 의도적 외환보유고 축적 등 오해의 소지가 있는 보도를 해 이를 제대로 설명하기 위해 파인낸셜 타임스(FT)의 인터뷰에 응했다”며 “지난달 20일 FT에 오보의 정정보도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는 “어쨌든 (결과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방어막을 쳤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 않고 의원들의 날카로운 추궁이 이어졌다.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은 “박 총재가 지난달 FT와의 인터뷰에서 외환보유액은 더 이상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 세계 금융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며 “이 같은 실언으로 우리 정부는 환율방어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소모했다”고 지적한 뒤 용퇴를 촉구했다.
그는 ‘여호와여, 내 입 앞에 파수꾼을 세우시고, 내 입술의 문의 지키소서’라는 성경 구절을 인용, 박 총재를 질책하기도 했다.
같은 당 우제창 의원도 한은의 ‘경기예보’의 신뢰도가 추락한 점을 지적하며 “한은 총재의 거듭된 실언 과 일관되지 않은 발언, 이로 인한 시장의 무반응으로 인해 중앙은행의 기능상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시장의 신뢰와 중앙은행 위상의 복원을 위해 용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김종률 의원 역시 박 총재의 ‘아마추어식 시장 대응’을 문제 삼았다.
한나라당 최경환, 이종구 의원은 “박 총재가 외환시장 관련 실언 뿐 아니라 정치성 발언으로 오해 받을 수 있는 말을 하는 등 부적격한 언행을 되풀이 하고 있다”며 박 총재 책임론을 적극 거론했다.
박 총재는 한나라당 윤건영 의원이 “FT 등 국내외 언론의 오보로 인해 박 총재가 억울한 측면이 있을 것 같은 데 설명해보라”고 해명 기회를 주었으나 “제가 말씀 드린 말의 맥락을 통해 이해하시기 바란다. 내가 너무 순진했다”고 말을 아끼며 고개를 숙였다.
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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