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타나모 수용소가 미국 정가에서 계륵(鷄肋)으로 전락했다.
미 공화당의 던컨 헌터 하원 군사위원장은 12일 ‘폭스뉴스 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부시 행정부의 몇몇 멤버는 관타나모 수용소의 폐쇄를 원한다”고 말했다.
헌터 위원장의 발언 하루 전인 11일 멜 마르티네스 공화당 상원의원도 “관타나모는 나쁜 이야기의 상징이 됐다”며 “비용을 들여 수용소를 운영하는 게 무든 득이 있는 지, 더 나은 다른 방법은 없는지 생각해야 한다”며 수용소 폐쇄를 제안했다. 공화당 중진들의 잇단 강경 발언으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런 논란은 이슬람 경전인 ‘코란’ 모독 사건 등으로 관타나모 수용소가 국제사회에서 인권유린과 탄압의 대명사처럼 인식된 것이 발단이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달 관타나모 수용소를 옛 소련의 ‘강제노동수용소’에 비유하며 “수용소 문을 닫고 수감자들을 미국법에 따라 법정에 세우든지 풀어주든지 하라”고 촉구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도 수용소 폐쇄를 요구했다.
백악관 대변인은 헌터 위원장의 발언 직후 “우리는 모든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우리는 모든 대안을 검토 중”이라는 부시 대통령의 8일 회견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수용소를 변호하는 정부 내 강경파의 목소리 또한 여전하다.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미국 정부 안에서는 아무도 수용소의 폐쇄를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힌 데 이어 딕 체니 부통령은 “폐쇄 계획은 없다. 중요한 것은 관타나모에 수용된 사람들이 악인이라는 것을 이해시키는 일”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신호(20일자)에서 9ㆍ11 테러의 항공기 납치 용의자로 관타나모에 수감된 알카에다 조직원 모하메드 알 카타니의 심문 일지를 입수해 공개했다. 이 일지에는 바지 안에 오줌을 싸게 하고, 야한 복장을 입은 여자사진을 목에 걸게 하며 예배를 못하게 하는 등 개처럼 취급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수용소 폐쇄논란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은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쿠바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에 수용소를 만들어 현재 540여명의 외국인 테러 용의자를 수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2001~02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체포된 무슬림들이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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