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부지검이 수사하다 무혐의 처리한 사건을 서초경찰서가 새로 인지해 수사를 시작하자 서울중앙지검이 이를 다시 남부지검의 지휘를 받는 강서경찰서로 이관토록 지시해 경찰과 사건 피해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최근 수사권 조정문제를 둘러싸고 경찰에 의해 청구된 구속영장이 검찰에 의해 모조리 기각되기도 하는 등 검ㆍ경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적지않은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석동현 부장검사)는 13일 “서초경찰서에서 수사중인 강서구 화곡동 주공시범아파트 재건축(D건설 시공) 비리 사건 수사를 관할서인 강서경찰서로 이관토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재건축 조합장 심모씨가 ‘이미 수차례 무혐의 난 사건을 관할서도 아닌 곳에서 사건을 맡은 것은 청탁수사가 아니냐’며 진정서를 제출했다”며 “관할권을 지키는 게 수사지휘의 원칙이고 수사 대상자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서울중앙지검이 조합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는 등 주도적으로 수사를 지휘하다 갑자기 관할권을 내세워 사건을 이관한 데 대해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서초서 관계자는 “서류 검토를 끝내고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하려고 했는데 섭섭하다”며 “인지사건은 관할과는 상관없이 수사하는 게 관례인데도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조합장의 진정서를 받고 갑자기 사건 이관을 지시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 서부서가 인지해 수사한 가짜 경기미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고소ㆍ고발도 없었고, 수사대상자 등이 서부서와 아무런 연고가 없는데도 서부서가 서울서부지검의 수사지휘를 받아 사건을 마무리하는 등 지금까지 관할권 때문에 사건을 이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이와 관련 경찰청 고위관계자는 “지난 주 초 경찰 내부적으로 서초서 쪽으로 관할 정리가 끝나 이미 수사가 개시된 사건을 검찰이 특별한 이유없이 관할을 옮기도록 지시하는 것은 검찰 수사권 독점의 병폐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수사의 맥을 잇기 위해 사건 담당 형사 2명을 강서서로 파견하는 고육지책을 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찰 일각에서는 재건축 비리 사건을 둘러싸고 검찰에서 무혐의 결정을 내린 사건을 경찰이 재수사해 혐의를 밝혀내면 검찰 스스로 부실수사를 인정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우려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중앙지검은 “이미 남부지검에서 무혐의 처리한 사건을 관할 검찰만 바꿔 다루기는 힘들고, 결국 남부지검이 알아서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직접 언급을 피했다.
한편 재건축 피해주민 20여명은 이날 서울중앙지검을 항의 방문해 “현장조사나 대질심문 한번 없이 서류검토만으로 무혐의 처리한 남부지검에 또다시 수사지휘권을 주는 것은 사건을 덮자는 얘기 밖에 안 된다”며 “차라리 관할권 분쟁 소지가 없는 제3의 수사부서에서 맡도록 조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앞서 시공사인 D건설과 재건축 조합장 심모씨는 ‘수차례의 소송으로 명예를 훼손하고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며 조합원 6명을 상대로 90억원 상당의 재산 가압류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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