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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피플/ 이노디자인 김영세 사장, 디자인계 '미다스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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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피플/ 이노디자인 김영세 사장, 디자인계 '미다스의 손'

입력
2005.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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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미국 라스베가스 소비자가전쇼(CES) 개막식장. 기조 연설에 나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 빌 게이츠 회장이 레인콤의 ‘아이리버(iRiver) H10’ MP3 플레이어를 들고 나왔다.

음악 외에도 사진 파일과 텍스트까지 보여주는 H10은 ‘음악과 영화, 사진, 게임이 하나가 되는 미래’의 상징물로 등장했지만,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H10의 진짜 매력은 애플 ‘아이팟’(iPod)을 뛰어넘는 세련된 디자인이었다.

H10을 비롯한 아이리버 MP3 플레이어 대부분은 디자이너 김영세(55)씨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디자인 전문회사 ‘이노디자인’의 사장이기도 한 그의 작품은 ‘디자인계의 아카데미상’라는 미국 ‘IDEA상’의 단골 손님이다.

비즈니스위크지가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최고 제품’에도 2번이나 등장했다. 레인콤의 아이리버 MP3 플레이어, LG전자의 스마트폰과 냉장고, 동양매직의 주방기기, 운동화를 닮은 쌈지의 ‘텅슈즈’, 삼성전자의 애니콜 휴대폰 일부가 그의 작품이다.

김 사장에게 있어 디자인은 ‘가치 혁신의 수단’이다. 수많은 경쟁 업체들이 수백 가지의 비슷한 제품을 가지고 치열한 시장 점유율 경쟁을 벌이고 있는 글로벌 경제의 현실에서 디자인은 평범한 제품을 스타 제품으로 만들어 주는 힘이 된다.

아이리버 역시 이노디자인의 손을 거치기 전까지는 수많은 중소 MP3 업체 제품 중 하나에 불과했다. 이를 절감한 양덕준 레인콤 사장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이노디자인을 찾아가면서 아이리버의 운명도 바뀌었다.

아이리버는 현재 애플의 아이팟에 이어 연간 판매량이 650만개에 이르는 세계 시장 점유율 2위 제품이다. 1999년 12억원에 불과했던 레인콤의 매출은 지난해 4,540억원으로 5년 만에 380배나 급증했다.

아름다운 디자인은 자유로운 정신에서 나온다. 김 사장은 경기고, 서울대 응용미술학과, 미국 일리노이 대학 산업디자인학과를 거친 엘리트지만 그야말로 자유분방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경기고 재학 시절 학내 그룹사운드를 조직하는가 하면, 서울대 미대 재학 시절에는 ‘아침이슬’의 김민기씨와 듀엣으로 가수 활동을 했다. 이때 첫 사랑을 만나 백년가약을 맺었다. 딸(24)은 미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지만, 아들(22)은 아버지를 닮았는지 록가수가 됐다.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우연한 계기로 산업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됐다. 친구 집에 놀러 갔다 눈에 띈 ‘인더스트리얼 디자인’이라는 잡지가 그의 인생을 바꿨다. 재떨이, 조명기기, 가구 따위의 흔한 제품이었지만 절로 감탄을 자아내는 아름다움이 마음 속을 파고 들었다. 그 이후 그의 머릿 속에는 ‘디자이너’라는 목표가 깊숙이 자리잡았다.

지난해 영국에서는 산업디자이너 조너던 아이브가 ‘해리포터’의 저자 조앤 롤링을 제치고 가장 영향력 있는 문화예술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지난 4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21세기는 디자인의 시대’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디자이너와 디자인의 힘이 주목 받는 시대가 된 것이다.

세계 무대에서 일찌감치 디자인의 힘을 깨달은 김 사장은 지난 20년 동안 200차례 이상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디자인의 중요성을 역설해 왔다. 최근에는 자신의 디자인 철학을 담은 책 ‘이노베이터’도 펴냈다. 김 사장은 “아직도 많은 기업이 디자인과 디자이너를 경시하는 풍조가 아쉽다”며 “디자이너도 스타가 될 수 있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철환 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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