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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광고제 심사위원 제일기획 안해익씨/ "기대주 뽑으러 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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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광고제 심사위원 제일기획 안해익씨/ "기대주 뽑으러 칸 갑니다"

입력
2005.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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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기획 안해익(46) 제작팀장은 13일 하루 앞둔 출국 준비로 종일 분주했다.

프랑스로 가서 19일부터 ‘광고쟁이’들의 축제인 제52회 ‘칸 광고제’에 참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심사를 받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하러 간다.

광고계에서는 유명한 안 팀장이지만 그를 모른다면, 건장한 젊은이들이 열심히 구덩이를 파고 내려가는 광고물을 만든 사람으로 기억하면 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파는 사람들이 경쟁하면 가격이 내려갑니다’라는 경매 사이트 광고다. 세종로 한복판에 서 계신 이순신 장군 동상을 활용해 ‘유쾌, 상쾌, 통쾌’란 단어로 인터넷 전용회선의 효용을 강조한 광고물도 그의 작품이다.

그는 진작에 남의 작품을 평가할 만한 능력을 인정받았다. 1992년 33세 때 ‘올해의 광고인’으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고, 95년부터 런던 국제광고제와 뉴욕 페스티벌, 아시아ㆍ태평양 광고 페스티벌 등에서 거의 매년 상을 받았다.

보기 드문 광고쟁이 이력이지만 홍익대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하던 그의 원래 꿈은 교수였다. 그런데 별 기대 없이 응모한 신문사 광고 공모전에서 덜컥 신인부 대상을 받으면서 천직이 시작됐다. “광고에 천부적인 재주가 있다는 환상에 빠졌고, 그렇게 시작한 광고쟁이 생활은 또 승부사적 기질을 자극하는 마약 같아서 쉽게 그만둘 수 없었습니다.” 그는 이날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어쨌든 남과 달라야 하고 주목을 받아야 살아 남는 이 바닥에서 얻는 묘한 성취감을 끊을 수 없었습니다”라고 털어놓았다.

고달프지만 즐거운 일도 많단다. 경매 사이트 광고의 핵심인 땅을 파는 장면을 찍으려고 올해 초 호주의 오지를 찾았을 때다. 돌아올 때가 문제였다. 기온이 40도가 넘자 스탭과 장비의 하중이 비행기 엔진에 무리가 됐다. 생수마저 버려야 하는 최악의 상황…. 그런데 모델들이 눈치 없이 생수를 벌컥벌컥 다 마셔버렸다. 생수 무게를 못 줄인 것이다. 결국 연료를 최대한 버리고 중간 중간 급유하는 방법으로 겨우 돌아왔다.

안 팀장은 이번 심사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그래, 맞아. 저건 바로 내 얘기야! 내가 원했었지’라며 무릎을 치게 되는 작품을 고를 겁니다.” 그 이유는 “광고가 멋있고 재미있어서 제품을 사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는 얘기는 더 이상 들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제 광고의 흐름이 ‘소비자에게 공감이 되는 광고’가 먹혀들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세계 광고계의 화두는 좀 어려운 말로 컨슈머 인사이트(Consumer Insight), 즉 소비자의 속마음, 새로운 그리고 잠재된 욕구를 어떻게 제대로 꿰뚫어 보느냐”라고 덧붙였다.

30년 가까이 광고쟁이를 해 온 그의 깨달음 하나. “외국의 잘 된 광고를 가만히 보면 비주얼이나 광고 문구 자체는 새로운 것이 없어요. 같은 소재를 가지고도 그것을 어떻게 말하느냐가 관건이지요.”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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