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100년前 '결렬택견' 원형 재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100년前 '결렬택견' 원형 재현

입력
2005.06.12 00:00
0 0

“이크, 에크, 이크, 에크!”

휘휘 손을 내저으며 덩실덩실 춤추는가 싶더니 순간 ‘어잇’ 기합소리와 함께 상대방이 바닥에 나동그라진다. “얼씨구, 잘한다, 까불다 나가떨어졌구나” 자반뒤지기 솜씨로 우쭐거리며 등장한 윗마을 선수가 가로지르기(옆차기) 한 방에 나가떨어지자 아랫마을 사람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지른다.

순식간에 날아올라 발을 내지르는 고수들의 몸짓에 관중들도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12일 정오 단오 민속 축제가 한창인 서울 남산 한옥마을에서는 전통 무예택견의 100여 년 전 원형을 재현한 ‘결련택견’ 한마당이 열렸다. 1995년부터 벌써 10년째. 전국의 택견 동호인 300여 명이 마음껏 기량을 뽐냈다.

결련택견이란 구한말까지 서울의 우대, 아래대 마을 사람들이 편을 갈라 대항전을 펼치던 경기로 중인 사회의 독특한 단오 풍속이었다. 우대는 서울 인왕산 일대 마을을 말하고, 아래대는 지금의 왕십리와 광희문 일대에 해당한다.

이 택견은 단결을 도모해 저항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일제 때 탄압을 받아 중단됐으나 마지막 택견꾼 송덕기(1893~1987·초대 택견 인간문화재)씨와 직계 제자 이용복(58) 대한택견협회장에 의해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이용복 회장은 “결련태견은 제의성과 유희성을 지닌 민속으로 상생과 공영이라는 민족무예의 정신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며 “올해는 광복 60주년이어서 민족의 혼과 기상이 담긴 결련택견이 더욱 빛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택견은 누가 더 힘이 세고 기술이 뛰어난가를 가르기보다는 그 과정을 더욱 중요시합니다.

무기를 일체 들지 않고 맨몸으로 하는 것도 이 때문이지요. 상대에 해를 입히지 않으면서도 마을 전체를 단련시키는, 조상들의 슬기와 지혜가 담겨있는 무예입니다.”

이날 재현 행사는 꽹과리, 징을 치며 등장한 아래대 우대 마을 간에 시비가 벌어지면서 후끈 달아올랐다. 우대의 애기택견꾼 유성주(10)양이 키가 두 뼘은 커보이는 아래대 애기택견꾼을 딴죽걸기(발을 걸어 넘어뜨리는 기술)로 넘어뜨리면서 본격적인 택견판이 벌어졌다.

한 명씩 출전하던 겨루기는 양편에서 수십명씩 떼지어 나오는 편싸움으로 번지더니 급기야 돌(오재미)을 던지는 투석전으로 변했다.

이날 겨루기에서 다섯 명을 잇따라 물리쳐 오통패에 오른 유철종(21ㆍ용인대 동양무예학과2)씨는 “선조들은 돌팔매질까지 가더라도 다음날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다시 택견판을 벌이곤 했다”며 “때론 인명을 해칠 만큼 위력적이지만 상대방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는 배려가 바로 택견의 미덕이자 정신”이라고 말했다.

택견의 몸짓이 굼실대고 능청대고 우쭐거리고 으쓱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한다.

이 회장은 “택견은 원래 서울이 본고장”이라며 “일제에 의해 없어진 서울의 결련택견 풍속을 되살려 호쾌한 민족의 기상과 사상을 우리 생활문화로 확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명수 기자 lece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