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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동차 大戰-패러다임이 바뀐다] (3.끝) 경쟁과 공급 중심에서 상생과 수요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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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동차 大戰-패러다임이 바뀐다] (3.끝) 경쟁과 공급 중심에서 상생과 수요 중심으로

입력
2005.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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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경쟁이 아니라 고객이다.”

다음달 닛산자동차의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를 한국 시장에 내 놓는 케네스 엔버그 한국닛산 대표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후발주자로서 어떻게 경쟁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그는 “우리의 관심사는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 지, 고객 취향에 어떤 변화가 생기고 있는 지 정확하게 파악한 뒤 고객들이 기대하는 것 이상의 감동을 주는 것”이라며 “고객에게 집중할 때 결국 경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엔버그 대표의 지적은 사실 세계 자동차 업계가 값비싼 수업료를 내고 얻은 교훈이기도 하다. 초대형 완성차 업체 3~5곳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세계 자동차 과점화 가설’을 맹신하며 몸집 불리기 경쟁을 벌였던 자동차 업체는 지금 하나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빅3는 시장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 고객들한테 외면 받고 있다. 외형 경쟁에만 몰두하다 정작 중요한 고객을 잃어버리는 우를 범한 것이다.

최근 BMW가 메르세데스_벤츠를 추월한 것도 시장의 패러다임이 공급 중심에서 수요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BMW는 지난해 102만4,000대를 팔아 107만5,000대의 메르세데스_벤츠를 바짝 뒤쫓은 데 이어 올해 1ㆍ4분기에는 29만2,000대를 판매, 메르세데스_벤츠(24만7,000대)를 앞질렀다.

BMW가 시장 변화에 맞춰 X5와 X3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내 놓아 호응을 얻은 반면 메르세데스_벤츠는 매력적인 SUV를 내 놓지 못한 게 주요 원인이다. 특히 BMW가 트렌드 변화와 젊은층을 집중 공략한 데 비해 메르세데스_벤츠는 인수ㆍ합병(M&A) 등에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했다.

이처럼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가운데 한국차는 어디로 가야 할까. BMW의 브랜드 전략과 ‘없어서 못 파는 차_미니’의 성공은 이러한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니는 BMW그룹이 영국의 로버를 인수한 뒤 프리미엄 브랜드로 재창조한 차로 배기량이 1.600cc밖에 안 되지만 가격은 3,300만~3,800만원이나 된다.

사실 미니를 운전해 본 사람들은 이 차가 다른 소형차에 비해 승차감도 떨어지는 데다 매우 불편하다는 데 놀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차를 사기 위해선 6개월 이상 줄을 서야 한다. 지난해 전세계적으로 모두 18만4,357대가 판매됐고 올해 1ㆍ4분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10.3%가 증가한 5만2,694대가 팔려 BMW그룹은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BMW그룹이라는 브랜드의 후광과 프리미엄 소형차라는 아무도 눈 여겨 보지 않던 시장에 과감히 도전한 ‘블루오션’ 전략 때문이다. 다른 자동차 회사들이 어떻게 더 싼 소형차를 내 놓을 수 있을까를 놓고 경쟁할 때 BMW그룹은 과감히 ‘작으면서 비싼 차’라는 경쟁 없는 시장, 블루오션을 찾아낸 것이다.

특히 BMW는 ‘최고의 드라이빙 머신’이라는 독특하고 확고한 브랜드 정체성를 확립, 세계에서 가장 존경 받는 자동차 회사 중 하나가 돼 있다. 이렇다 보니 수익성도 최고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고객들은 자동차라는 제품을 구매하는 게 아니라 해당 브랜드의 가치와 역사, 철학과 전통 등을 사는 것”이라며 “한국차의 경우 브랜드 정체성에서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현대차’의 경우 ‘삼성’ 만큼 브랜드 가치를 올려 놓지 못한 점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큰 문제”라며 “사람들이 ‘현대차’ 로고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고 신뢰할 수 있는 정도의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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