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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결혼 70주년을 위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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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명수 칼럼] 결혼 70주년을 위한 준비

입력
2005.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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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함께 살면서 맞이할 수 있는 결혼기념일은 몇번 정도일까.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결혼 50주년을 맞는 분들을 주변에서 가끔 보게 된다. 흔하진 않지만 60주년 70주년 잔치를 치뤘다는 얘기도 들을 수 있다.

결혼기념일에는 몇주년이냐에 따라 각기 다른 이름이 붙는다. 서양에서는 1주년엔 지혼(紙婚), 5주년엔 목혼(木婚), 10주년엔 석혼(石婚), 25주년엔 은혼(銀婚), 50주년엔 금혼(金婚) 등의 이름을 붙였다. 신혼 초엔 찢어지기 쉬운 종이같던 결혼이 나무 돌 은의 세월을 거쳐서 금 처럼 강하고 빛나는 결혼이 된다는 얘기일 것이다.

동양에선 결혼 60주년인 회혼(回婚)을 중요하게 여겼다. 회갑을 넘기기 힘들던 시절 결혼 60주년을 맞는다는 것은 굉장한 경사였다. 회혼을 맞으면 노부부가 신랑 신부의 대례복을 입고 성대한 회혼례를 치뤄 마을 잔치로 삼았다.

요즘도 회혼례는 큰 잔치다. 그리고 결혼 70주년 정도가 되면 유명한 사람이 아니어도 신문에 날 정도로 색다른 뉴스가 된다. 결혼 70주년엔 어떤 이름이 붙을까. 최근 부모의 결혼 70주년 잔치를 치뤘던 어떤 분이 이렇게 말했다. “잔치를 준비하면서 동서양의 결혼 관련 자료를 찾아 봤는데, 결혼 70주년에 관해서는 한 줄도 없더라구요. 옛날엔 회혼 이상은 상상하기 힘들었겠지요. 그러나 앞으로는 결혼 70주년이 꽤 많아지지 않겠어요?”

부부가 50년 60년 70년을 같이 살게 된다면 노후대책에서 부부생활에 대한 부분이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결혼생활을 초년 중년 노년으로 나눠서 각 시기에 맞는 교육과 적응 훈련도 해야 한다.

부부가 백년해로를 하는 것처럼 큰 축복이 어디있겠느냐는 식으로 넘어가서는 안된다. 백년해로는 축복일 수도 있고 고통일 수도 있다. 부부 모두에게 지루하고 무의미한 세월일 수도 있다.

결혼 50주년은 아직 멀었는데 벌써 같이 사는 힘겨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편이 대개 60대 전후에 은퇴하면 부부가 집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된다. 그 시간을 통해 내 남편이, 또는 내 아내가 저런 사람이었나 여러모로 몰랐던 점을 발견하고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내 쪽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남편 쪽에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가정에서 아내의 도움없이 살아갈 수 없다. 세끼 식사, 옷 찾아 입기, 설거지 등의 간단한 집안 일, 장보기에 이르기 까지 아내에게 전적으로 의존한다. 또 대부분의 남편들은 어려서부터 아들 대접, 남자 대접을 받으며 남의 헌신을 당연하게 여기기 쉽다.

아내는 이제 젊은 아내가 아니다. 늙어가면서 기운이 떨어지고 쉽게 피곤해지고 남편의 단점들엔 신물이 나서 인내심도 줄어든 상태다. 은퇴한 남편이 가사에 대해 이런 저런 잔소리를 하고, 만사를 자신에게 의존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남편 뒷바라지가 힘겹다.

은퇴하여 가정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 남편은 우선 최소한의 가사를 배워야 한다. 아내도 이제 늙었다는 점을 인식하고 아내를 조금이라도 도와야 한다. 전기 밥솥에 밥 짓는 일도 못하면 곤란하다. 아내가 피곤해서 늦잠을 자면 대신 아침 상을 차릴 수 있어야 한다. 아내는 한평생 새벽에 일어나 가족의 아침 식사를 준비하지 않았는가.

노년 준비가 경제적인 준비만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나이 든 부부들이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도우면서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지 공부해야 한다. 자녀들은 다 독립하고 부부만 집에 남게 되는 노년은 어떤 점에서 위기가 될 수 있다. 은퇴자들을 돕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나와야 한다.

당신은 한평생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정신없이 일했다. 그런데 이제 당신의 아내가 황혼이혼의 유혹을 느낀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본사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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