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사회복지실에서는 많은 학생들을 상담한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만큼 학생들은 가정, 친구, 학업 등 일상 생활의 문제를 그대로 털어 놓는다. 그런데 상담 학생 대다수가 건강한 가정이 없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전체의 5% 가 최상위권 학생이라면 또 다른 5%는 어떤 어려움으로 정말 학교를 포기하고 싶지만 의무교육이니 어쩔 수 없이 학교에 왔다 가는 학생일 것이다.
흔히 말하는 ‘문제 학생들’의 원인은 대부분 가정에 있다. 부모의 별거나 이혼, 폭력, 가난, 강압적인 가정 분위기는 예민한 사춘기 아이들을 한 순간에 어긋나게 유도할 수 있다. 언어나 신체적 폭력이 많은 가정일수록 자녀도 성장해 가정을 이룰 때 똑같이 폭력적인 가정으로 대물림이 된다. 연령이 낮을수록 어른들 생활을 그대로 모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래 가정 붕괴 현상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이후 늘어만 가는 실직과 불황은 부부 간 잦은 싸움으로 가정폭력을 낳고 부모의 이혼이나 별거가 증가하고 있다. 한창 사랑 받아야 할 나이에 학교 사회복지실을 찾아와 “복지사 선생님, 집에 가기 싫어요!”하는 아이들을 보면 가슴 한구석이 저며온다.
부모가 계신다 해도 힘든 가정일수록 직장에서 3교대 등으로 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많아 부모님 얼굴을 3일 동안 못 봤다는 학생들도 있다. 한 지붕 아래 살면서 서로 얼굴을 못 보는 가정일수록 학교 부적응 학생이 많다.
학교, 종교단체, 사회, 기업, 기타 모든 조직의 터전이 가정이다. 병든 가정은 건강한 청소년을 환자로 둔갑시킨다. 비행 청소년을 줄이기 위해서는 예방이 최선이다. 학교사회복지사로서 학교 부적응 학생 및 결손 가정, 위기 가정 등 어려움에 처한 학생을 찾아 지역 사회 자원을 연계해 따뜻한 사랑을 나누어줄 수 있도록 주력한다.
하지만 나 혼자의 힘으로는 아이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변화시키는 데 역부족이다.
아이들은 흔들리지 않는 건강한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큰 그릇이 될 수 있다.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은 머리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 마음의 그릇이 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가정에서 큰 그릇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부모와 학교, 지역사회, 나아가 국가가 함께 힘써야 할 때이다. 청소년 문제는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정숙자 마산여중 학교사회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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