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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 '80년 광주'로 채널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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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고을 '80년 광주'로 채널 돌렸다

입력
2005.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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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 18일 새벽 2시 전남대에 쏟아져 들어간 특전사 7공수여단 소속 군인들이 대학생들을 곤봉으로 무차별 구타한다. 팬티 바람에 두들겨 맞은 학생들의 전신이 피범벅이다. 데모하는 학생만이 아니다. 카센터 직원도,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있던 학생들도 공수부대의 발길질을 피해갈 순 없었다. 마침내 군인들은 총검으로 시위대를 찌른다.

주말에 방영된 MBC 정치드라마 ‘5공화국’(극본 유정수 연출 임태우)의 15회 내용이다. ‘5공화국’이 한국 드라마 사상 최초로 4회에 걸쳐 5ㆍ18 광주민주항쟁의 전모를 파헤치기 시작하면서 시청자들이 다시 한번 ‘80년 광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방송 후 1,800여 건의 글이 올라온 ‘5공화국’ 시청자 게시판에는 ‘어떻게 군인이 시민을 때려죽일 수 있느냐?’ ‘방송 내용이 진짜냐?’는 글들이 쇄도했다. 더불어 네티즌들은 각종 게시판과 카페 등에 5ㆍ18 관련 기록과 사진을 퍼 나르고 있다.

사건의 무대였던 빛고을 광주에서도 당연히 ‘5공화국’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간 광주지역의 경우 ‘전두환을 다시 보는 것만 해도 악몽’이란 정서 탓에 ‘5공화국’ 시청률이 전국 평균에 비해 낮았다. 그러나 11일 방송에서 광주지역 ‘5공화국’ 시청률은 지난주 10.1%에서 12.5%(TNS 미디어 코리아 기준)으로 소폭 상승했다.

1980년 당시 고등학교 2학년 신분으로 시민군에 참여했고, ‘5공화국’ 제작에 엑스트라로 참여했던 박하성(41)씨는 “드라마가 80년 당시 광주의 실상에 근접했다”고 평했다.

방송 직후 시청자들로부터 ‘진짜 그랬냐?’는 전화를 수십 통 받았다는 그는 “25년 전 바로 눈 앞에서 군인이 쏜 총탄이 시민 목을 관통하는 걸 보며 현기증을 느꼈던 그날이 되살아 나는 것 같아 촬영을 하면서도, 드라마를 찍으면서도 정말 괴로웠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5ㆍ18광주민주항쟁 당시 전남도청에 남아 끝까지 저항한 ‘최후의 시민군’ 중 한명으로 시민군 상황실장이었던 박남선(52)씨는 “우리끼리 ‘저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는데’라고 했다.

그래도 제작진이 광주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서 노력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고 했다. 그는 ‘전사모’(전두환 전 대통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대해 “80년 광주의 광경은 드라마보다 훨씬 잔인했고 무자비했다”며 “역사적인 기록을 좀 찾아본 뒤에 전두환에 대한 공과를 이야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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