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경제특구의 엄청난 사업 물량을 잡아라.” 최근 서울에 기반을 둔 국내 대형 건설업체들과 중견기업의 인천 진출이 줄을 잇고 있다. 송도ㆍ청라ㆍ영종지구 등 인천 3곳의 경제특구에 추진되는 공사 수주 금액이 수백조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자 그 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업체들의 본사 이전이 활발해지고 있는 것이다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은 영업팀 등 일부 부서만 옮겨 놓는 ‘무늬만 본사’ 수준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어 실제 인천 지역경제 활성화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에서 개발사업 최다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한양이 서울에서 인천 남동구 구월동으로 본사를 옮긴데 이어, 일성건설㈜과 삼호가 2004년 9월, ㈜삼환카뮤와 대덕건설㈜이 올해 1월, 진흥기업㈜이 3월에 각각 인천으로 회사를 이전했다. 최근까지 모두 10여개 업체가 인천에 새 둥지를 튼 것이다.
각 업체들의 인천본부나 전담팀 구성도 활기를 띠고 있다. 삼성물산, 동부건설, GS건설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앞다퉈 최근 인천을 전담할 전략추진본부를 구성하고 각종 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 또 상당수 중견업체들도 인천을 방문, 프로젝트를 구상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체들의 ‘서울 엑소더스’가 줄을 잇는 것은 엄청난 공사 수주 물량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올해부터 2006년까지만 경제특구 기반시설 및 경인고속도로 직선화 등 인천의 공공부문 공사 규모는 200개 사업에 18조원에 달하며, 2010년까지 모두 200조원 이상의 투자사업이 이뤄질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역세권 및 숭의종합경기장 재개발 등 인천도시재생사업과 관광사업 등 민간투자 물량도 25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최근 본사를 서울에서 인천으로 옮긴 한 업체 관계자는 “경제특구가 있는 인천의 경우 전국에서 공사물량과 개발사업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본사 이전은 사업권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시도 지원 조례안 마련
인천시도 이처럼 본사를 옮겨오는 업체들에 대한 지원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시는 ‘기업 본사 이전 및 기업 유치에 관한 조례’(안)을 마련, 24일부터 열리는 시의회 정기회에 상정키로 했다.
조례안에 따르면 시는 서울 등 다른 지역에 소재한 기업이 본사나 연구소를 인천으로 옮기면 이전보조금, 고용보조금 등을 지급할 방침이다. 또 공장을 인천지역 산업단지나 경제특구 등으로 이전하면 용지 비용과 건물 임대료, 시설비 일부를 지원키로 했다.
시는 또 기업 유치 활성화를 위해 행정부시장을 위원장으로 경제계 법조계 학계 금융계 등 각 계 인사 15명이 참여하는 ‘인천시 기업유치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기업 이전 행정업무 전담팀을 신설하고, 기업 유치에 공이 큰 공무원을 특별포상할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조례안이 시의회를 통과해 행정자치부의 승인을 받으면 이르면 7월부터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선 2008년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하지만 기한 연장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말뿐인 이전은 오히려 지역발전 걸림돌
하지만 업체 이전의 속내를 살펴보면 문제점도 적지 않다. 우선 직원 인원이나 규모로 볼 때 사실상 인천사무소 성격의 “말뿐인 본사 이전”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본사를 서울에서 이전했다는 한 업체의 경우 인천 도심 건물의 20평 남짓한 공간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주요 업무부서는 고스란히 서울에 남겨놓고 영업팀 등 일부 부서만 옮겨와 직원 15명 내외가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특구 특수가 시들해질 경우 이들 업체들은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다른 지역으로 다시 이전해갈 가능성이 높아 지역경제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가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 때문에 인천시는 이전보조금 등 단순한 유인책보다는 기업 유치를 위한 각종 인프라 구축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발전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인천은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건설업체들에 대해 지방세를 감면해줄 수가 없는 실정”이라며 “특단의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업체 이전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송원영 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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