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토종 박사들 해외 대학 교수로 진출”등에 관련된 보도를 종종 접하곤 한다. 해외로 유학 가서 소속 대학의 교수로 임용되기도 상당히 어렵지만 학부, 석사, 박사 모두가 신토불이의 토종인 그들이 외국 대학에 임용된다는 것은 실로 존경스러운 일일 것이다.
세계 생명공학의 1인자로 인정받고 있는 황우석 교수도 순 한국 토종의 서울대 박사다. 국적과 전공은 다르지만 필자도 같은 동양인으로서, 같은 연구자로서 자긍심을 느낀다.
그렇다면 그 동안 한국 토종 박사들에 대한 사회적 시각과 대접은 과연 어떠했을까? 현재 한국 대학에 근무하고 있는 교수나, 혹은 미래에 교수로 임용될 강사들의 출신 학교를 살펴보면 명문대일수록, 나이가 젊을수록, 해외 유학파가 많다. 그것도 미국 대학 출신자가 대부분으로 학계에서는 미국이 한국 학계를 이끌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다.
해외 유학파들이 모국으로 돌아와 교수로 취업하는 경우가 많기에 각 대학의 교수 초빙 서류 제출란에는 ‘외국 박사학위 소지자는 한국학술진흥재단의 박사학위 신고 접수증 사본 제출’이라는 항목이 빠짐없이 명시되어 있다. 많지는 않지만 유학파를 선호하는 대학의 관행을 악용해 허위로 해외 학위 증명서를 제출해 임용됐다가 나중에 임용이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
물론 해외 선진 기술과 연구 성과를 배워 모국에서 수많은 제자를 키운 교수들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필자가 논하고자 하는 것은 어느 쪽이 더 훌륭한가라는 토론이 아니라 동일한 능력을 가졌을 경우에 한국 토종 박사들이 받는 대접이 과연 합당한가라는 것이다.
부끄럽지만 토종 박사들은 단지 국내 박사라는 이유만으로도 교수는커녕 시간강사 자리 하나 잡기도 무척 힘든 ‘만년 강사’들이 많다. 이들 중에는 황우석 교수 같은 노력파 연구자들도 많다.
반가운 것은 최근 학계에서 국내 박사 살리기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서 학위를 하고 있거나 아직 임용을 앞둔 연구자라면 토종 박사를 인정하고자 하는 학계의 작지만 큰 움직임에 힘입어 국내파이기에 불이익을 받는다는 생각을 조금이나마 떨쳐 버리고 토종 박사의 힘을 보여줄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추이진단 중국인 한신대 교양학부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