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연구의 무한한 가능성을 재확인하고 연구의 촉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줄기세포 정상회의’가 11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베일러 대학에서 황우석 서울대 교수 등 전세계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황 교수는 총회에서 자신의 연구성과를 설명하면서, 인공적으로 배양된 줄기세포가 자궁에 착상돼 인간이 될 확률은 없으므로 배아줄기세포 연구와 인간복제는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가 연설을 마치자 회의장을 메운 과학자, 의사, 시민단체 회원 등 150여명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주최기관인 이 대학 유전학정책연구소 버너드 시겔 회장은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지지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해 학계와 시민단체 등의 관계자들이 힘을 모으자”고 촉구했다.
총회에는 황 교수와 함께 연구했던 줄기세포의 권위자 제럴드 섀턴 미국 피츠제럴드대 교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과학기술보좌관을 역임한 닐 레인 라이스대 교수 등이 참석해 토론을 벌였다. 황 교수는 이 총회에서 ‘글로벌 업적상’을 수상했다.
한편 첫날 회의 후 황 교수는 사석에서 기자와 만나 그의 연구가 “일종의 살인과도 같은 행위”라고 지적한 정진석 대주교의 성명에 대한 질문을 받고 “종교계나 시민단체의 주장을 소중하게 받아들이며 우리의 자세를 가다듬는 계기로 삼겠다” 며 “지금은 주로 연구팀 안의 신자들이 가톨릭계와의 접촉을 맡고 있으나 필요하다면 인사를 드리고 가르침을 받겠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지금까지 여러차례 방문했던 스페인은 가톨릭 국가이면서도 줄기세포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가장 앞서나가는 국가 가운데 하나가 됐다”며 “이런 가톨릭 국가들의 사례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 교수는 “외국의 유수한 연구진이 서울대 연구실에서 배아줄기세포 추출을 위한 우리의 핵이식 작업을 보고난 뒤에는 손을 들어 버린다”며 “외국 연구진도 이런 과정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는 알고 있지만 우리처럼 정교하게 해낼 엄두를 내지 못하는데 이는 마치 ‘펠레 축구’와 ‘동네 축구’의 차이와 같다”고 비유했다. 그는 “미래에 줄기세포 연구의 실용화를 둘러싼 제휴에 한국 기업이 반드시 주도적으로 참석해야 한다”며 자신이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외국강연에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미래를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생명윤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지키면서 전세계 인류를 위한 배아줄기 세포연구의 실용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면 수천년 민족사에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고 강조했다.
휴스톤의 총회장 주변에서는 미국의 난치병 환자들에게도 그가 얼마나 큰 희망인지를 보여주는 일화가 잇따랐다. 미국 일리노이주 지사의 장인이라고 밝힌 한 사람은 “황 교수를 단 5분만이라도 만나려고 시카고에서 비행기를 타고 왔다”며 호텔 앞에서 기다리다 황 교수를 만나자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내를 위해 연구에 매진해 달라”고 부탁했다.
휴스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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