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진석 대주교가 성명을 통해 서울대 황우석 교수 연구팀의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인간배아 줄기세포 연구는 일종의 살인과도 같은 인간배아 파괴를 전제로 하는 행위이며, 연구 진척에 따른 인간배아 제어기술의 발달은 복제인간의 출현 가능성을 높인다는 이유에서다.
정 대주교는 또 난치병 극복을 위한 줄기세포 연구가 필요하다면 윤리ㆍ임상 문제가 없는 성체 줄기세포 연구가 대안이라고 밝혔다.
이번 성명은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한국 가톨릭교회의 본격적 반대운동을 예고한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가 월초에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발표한 바 있어, 반대운동은 조만간 전국 가톨릭교회로 번질 전망이다.
기독교계의 시각도 비슷하다. 한국기독교 생명윤리협회는 5월 말 발표한 성명에서 ‘체세포 복제배아는 수정에 의한 배아와 동일한 가치를 지닌 인간생명이라고 전제, 황 교수팀의 연구는 자기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는 미약한 인간생명을 상대로 한 일종의 생체실험’이라고 비난했다.
불교계는 명백한 태도를 밝히지 않았다. 수정과 포태를 8단계로 나누고, 수정 초기의 ‘인간 가능태’를 ‘인간 생명’과 구별하고 있어 상대적 선택폭이 넓지만 대전제인 ‘생명 존중’과의 정합성은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종교계의 문제제기는 애초에 생명윤리법 제정 단계에서 사회적 논의가 미흡했던 데 따른 당연한 귀결이다. 세계적 관심과 찬사에 매몰돼 버린 근본문제를 환기했다는 의미도 있다. 다만 그 또한 일방적 몰입으로 흘러 과학과의 정면충돌로 치달아선 안 된다. 지금부터라도 차분하고 진지한 대화로 공생의 조건을 모색해 볼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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