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교직 경력 5년 되는 어느 교사를 잘 알고 있다. 그는 교직에 임용되면서 매년 말 스스로 자신을 평가해 본다고 한다. 우선 학생들로부터 수업과 학생 생활 지도 등 학급 경영 전반에 걸쳐 20개 문항 정도의 설문을 통해 평가를 받는다.
또한 이 교사는 매년 말 같은 학년 교사들에게 메모지를 나누어 주고 1년 동안 함께 지내면서 자신에 대해 보고 느낀점을 솔직하게 적어 달라고 하여 그 내용을 수업과 학급 경영 개선을 위한 자료로 활용한다. 때로는 교장, 교감으로부터 조언을 받기도 하고 학교를 가끔 방문하거나 학교 교육 활동에 참석했던 학부모들과 간담회 등을 통해 간접적인 평가를 받는다.
이 교사는 이러한 방식으로 5년 동안 자신을 평가해 왔는데 교직 수행 개선을 위한 좋은 참고 자료가 되었다고 한다. 이 교사는 지금 엘리트 교사로 인정받고 있다. 자기 평가를 통해 교직 개선을 위한 부단한 노력을 계속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스스로 교직의 전문성 계발과 직무 개선을 위해 평가를 받는 교원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최근 교원 평가를 놓고 교원단체와 교육부가 갈등을 빚고 있다. 교원 평가 자체를 반대하기보다는 평가의 공정성과 객관성, 신뢰성에 관해 의견을 달리하는 것 같다.
사실 교원 평가에서 공정성ㆍ객관성ㆍ신뢰성을 확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교육은 학생을, 특히 학생의 정신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교육 결과를 정확히 평가하기란 그렇게 쉽지 않다. 또한 교육의 결과가 단기간에 나타나지 않고 때로는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학교 교육 활동에서 교원의 역할과 책임 한계를 명확히 구분하고 나누기 어렵다. 이러한 학교 교육 활동의 특성 때문에 아무리 타당하고 적절한 평가 내용이나 평가 방법을 설정한다고 하더라도 평가 결과에 대한 시비는 계속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교원 평가가 교원의 질 향상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라면 교원 평가는 교원에게 직무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을 진단하고 그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을 개선함으로써 학교 교육에 헌신하게 하는 진단 평가 형태로 수정되어야 한다.
교원의 교육 활동에 동기를 가져다 주는 요인은 성취, 책임, 인정, 발전 등이다. 이에 교원이 학생 교육에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표준 수업시수 설정, 학급당 학생수 감축, 각종 교수 학습자료 등 교육 여건을 개선해 주어야 한다.
또한 교장과 교감의 역할을 명료화 하고 교사의 책임과 역할을 법제화하는 등 교원이 교육 활동에 책임감을 갖도록 할 필요가 있다. 교원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교권을 보호하는 등 교원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풍토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 교원의 승진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교사_교감_교장으로 이어지는 승진 구조와 함께 교사_선임교사_수석교사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아무리 좋은 환경이 갖추어지더라도 교원이 스스로 학생을 잘 지도하고 직무 개선을 하려는 마음의 문이 열리지 않으면 교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교육부가 추진하려는 평가 방법은 교원의 최저 능력 수준을 유지하는 방편으로 사용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교원의 직무 동기를 유발시키고 자발적 참여에 의한 교육의 변화와 혁신을 가져오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교원의 감정 변화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명주 공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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