옳은 일과 그른 일은 단지 관습적인 것인가. 언어는 오직 의사 소통을 위한 것인가. 정치 행위는 역사 인식에 이끌려야 하나. 자유롭다는 것은 어떤 장애물도 만나지 않는 것인가.
24일까지 치러지고 있는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대입 시험) 문제들이다. 철학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요구하는 꽤 까다로운 질문들이다. 우리나라도 대학 입시에 논술이 들어있지만, 바칼로레아의 높은 수준에 비하면 한참 거리가 있다.
비단 논술시험을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철학은 체계적인 사고 훈련에 적합하다. 그러나 아주 조숙한 경우가 아니라면 중고생 독자들이 칸트나 사르트르의 원전부터 펴기는 거북하다. 조금 말랑말랑한 책으로 시작하자.
베스트셀러 소설 ‘아홉살 인생’ , 전국에 논리 학습서 열풍을 일으킨 ‘논리야’ 시리즈의 작가 위기철이 쓴 청소년을 위한 철학입문서 ‘철학은 내 친구’가 15년 만에 개정판이 나왔다. 1991년 첫 출간되어 꾸준히 사랑 받아온 책이다.
글은 ‘철학이’가 독자에게 건네는 대화로 되어있다. 어렵고 딱딱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철학개념과 철학하기를 재미있게, 그리고 구체적으로 일러주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속담, 동화, 시, 소설 등 친숙한 이야기를 동원해 재치있게 변주하고 있다. 철학이 도대체 나와 무슨 상관이냐고 반문할 친구들을 생각했는지, 지은이는 매우 현실적이고 다양한 주제를 다룸으로써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피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겪는 학교ㆍ친구ㆍ공부ㆍ부모와의 갈등 같은 일상의 문제부터 환경ㆍ공해ㆍ이라크전쟁 같은 사회적 문제까지 두루 나온다.
본문은 ‘철학적으로 생각한다는 것’부터 ‘바른 인식이란 무엇인가’까지 6개의 이야기로 되어있다. 각 이야기를 구성하는 작은 토막들은 나는 무엇인가, 현상과 본질, 필연과 우연, 변화는 왜 일어날까, 진리임은 어떻게 밝혀지는가 같은 근본적인 질문들이다. 각 이야기 끝에는 ‘머리 쓰기 연습문제’와 ‘도란도란 철학문답’이 붙어있다. 머리 쓰기 연습문제는 가령 이런 것들이다. <가난에 시달리다 못해 미친 사람이 있다. 그는 백만장자라는 환상에 빠져 행복하다. 정신과의사는 이 사람을 치료해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가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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