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0일 낮(현지 시간) 워싱턴의 백악관 1층 오벌 오피스에서 50분간 1차 회담을 가진 뒤 양국 기자들을 회담장으로 불러 약 10분간 회담결과를 설명했다.
부시 대통령에 이어 노 대통령이 회담 내용을 설명했는데, 두 정상은 양국 동맹의 공고함을 한 목소리로 강조해 회담이 전반적으로 순조로웠음을 느끼게 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은 “우리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다”, “양국은 동맹”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썼다. 노 대통령은 “이번이 부시 대통령과의 네 번째 만남이고, 미국 방문은 두 번째”라며 부시 대통령에게 친근감을 나타냈다.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이 “우리 사이엔 이견이 없으며, 완벽하게 여러 문제에 대해 지속적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할 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또 한미 동맹에 이상이 없음을 설명하면서 부시 대통령에게 “잘 돼가고 있지요?”라고 물었고, 부시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굳건하며 한반도 관계도 발전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미스터 김정일”이라고 호칭해 눈길을 끌었다.
앞서 부시 대통령은 10일(한국시간) 동두천에서 미군 장갑차에 의해 여성 문제를 언급, “깊은 유감과 조의를 표한다”고 말해 한국의 입장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부시 대통령은 브리핑을 끝내며 “배가 고프다. 노 대통령도 배가 고플 것이다”고 여유를 보였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말미에 “양국 사이엔 한, 두 가지 작은 문제가 남아 있으나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고, 두 정상 모두 북핵 문제에 대한 구체적 대응방식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두 정상은 이어 백악관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1시간 동안 오찬을 겸한 2차 회담을 가졌다. 두 정상은 이 자리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됐다. 부시 대통령이 북한 정세에 대해 관심을 표시하자, 노 대통령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한일관계와 한중관계를 거론하면서 동북아균형자론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설명하는 기회를 가졌다.
노 대통령은 회담 시간인 11시25분(현지시간)을 10분 앞두고 백악관에 도착, 의전장의 안내를 받아 루스벨트룸에 들어서 ‘영원한 우정을 위하여,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이라고 방명록에 쓴 뒤 곧바로 회담장인 1층의 오벌 오피스에 들어섰다. 회담장 안쪽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부시 대통령은 노 대통령에게 “웰컴, 월컴”을 연발하며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이에 노 대통령이 영어로 “nice to see you(만나서 반갑습니다)”라고 하자 부시 대통령은 “당신의 영어 실력이 나의 한국어 실력보다 낫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회담 4시간 전 숙소인 영빈관에서 반기문 외교부 장관 등 수행원들과 회담준비 상황을 최종 점검했다.
두 차례의 회담에는 콘돌리사 라이스 국무장관,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스티븐 해들리 국가안보보좌관,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등 한반도 관련 미국 고위 관계자들이 대부분 배석했다. 한국측에서는 반 장관, 홍석현 주미대사,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 이상희 합참의장, 조기숙 홍보수석, 윤병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조실장 등이 참석했다.
이에 앞서 노 대통령은 9일 오후(현지 시간) 권양숙 여사와 함께 워싱턴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힐 국무부 차관보 등의 영접을 받았다. 특별기 착륙 직후 천둥, 번개 등을 동반한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노 대통령 내외는 수행원들이 받쳐준 우산을 쓴 채 트랩을 내려왔다. 공군기지 주변에 벼락 경보가 내려지는 바람에 수행원 일부와 기자들은 1시간 가량 이동하지 못하고 공항에 대기하기도 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