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가야금 연주와 한국민속음악 강의를 위해 도쿄대를 방문했다. 강의와 연주를 마치고 이튿날 가부키 공연을 보기 위해 가부키좌에 갔다. 내가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였는데 오전 11시에 시작하는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이 벌써부터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그 중에서 40대 전후로 보이는 젊은 사람들이 절반이 넘어 놀랐다.
쉰이 넘어 보이는 사람들이 적어서 눈에 띌 정도였다. 얼마 전 국립극장에서 열렸던 판소리 명창 임방울 추모 음악제가 떠올랐다. 당시 관객의 연령층은 대부분 60대, 70대였다.
예전에 인류학 관련 서적에서 이런 글을 읽었던 것이 떠올랐다. 오세아니아 어느 지방에 두 종족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유럽 문물이 들어오자 한 종족 원주민들은 특유의 전통과 문화를 잃어버리고 유럽인의 생활 풍습에 젖어들었다.
그 결과 본래의 생활방식을 잃어버렸다. 다른 종족 원주민들은 고유의 생활 풍습과 문화를 지켰다. 유럽 사람들의 존중을 받은 쪽은 문화를 보존한 후자였다.
다른 나라 사람들로부터 존경받는 것만이 문화를 지키는 목표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외국의 풍습을 무조건 따라 하다 보면 전통을 경시하게 되기 쉽고 우리의 본질을 잃기도 쉽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입지를 굳히는데 우리 전통 문화와 예술이 큰 몫을 담당하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일본의 경우 국제사회에서 위치를 굳히게 된 것은, 내가 본 가부키 극장 앞의 관객들처럼 전통문화의 가치를 깨닫고 자국 전통문화의 특성을 부각시키려는 노력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통문화와 예술의 보존 및 선양은 국가 경제발전과도 관계가 있다. 우리의 전통 문화가 널리 알려지면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제품에 관심을 갖게 되고 판매고가 높아진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서양화ㆍ세계화의 물결이 휩쓸면서 각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것 같다. 그러나 우리 고유 문화가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가 있는지를 진정으로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 지 의문이다.
전통문화와 풍습을 잘 보존하고 해외에 알리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져서 한국 상품에 호감을 보이는 외국인이 더욱 많아질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의 위상도 높아져서 외교 활동도 활발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우리 국민 모두가 전통 풍습과 문화를 소중히 여기고 널리 알리는 데 힘써 아름다운 나라를 만드는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장연옥 가야금 연주자 (연락처: 02-737-1509)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