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재벌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그룹 회장이 모 대학교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게 되었는데 그 기업의 노조탄압과 관련한 부도덕성이 문제된 것이다.
검찰의 수사결과는 무혐의였지만 결과를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없을 것이다. 증거가 불충분했을 뿐 그 기업이 파렴치한 탄압을 서슴지 않았을 개연성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으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다. 다른 영역에서 많은 성과를 얻어왔다는 점에서 종합점수를 매기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에 공헌한 여러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노조탄압(노동권 보호)이라는 기준처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제대로 평가할 항목은 무엇이 있는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 한 시민단체에서 기업의 지속 가능한 사회책임 운동을 주창하며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기업문화의 지속가능성(환경경영 및 윤리경영체제, 정보공개), 사회적 지속가능성(인권보호, 노동권보호, 소비자보호), 환경적 지속가능성(환경보호, 에너지 및 자원절약), 경제적 지속가능성(뇌물 및 부패방지, 공정경쟁, 납세 및 사회공헌) 등 4개 분야의 점수를 매겨 평가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제표준화기구(ISO)의 기업사회책임에 관한 국제기준계획, 유엔의 ‘글로벌 컴팩트’와 ‘다국적 기업에 대한 OECD 가이드라인’ 등의 원칙과 방향과도 호환성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시민단체 가이드라인 주목
기업의 사회책임 경영은 낯선 개념이 아니다. 2,3년 전부터 국내 대기업은 지속가능보고서를 발간하며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면서도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어떻게 경영활동을 펼칠 것인가를 고민해왔다.
홍보용 책자에 머무르지 않기 위해서 객관적 검증과 평가를 어떻게 받는가가 문제였으나 이번에 시민단체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기업의 사회책임경영을 평가하는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히 이윤을 추구하는 것만으로는 기업이 존속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윤리경영, 투명경영, 사회공헌, 환경보호 등 다양한 실천 수단이 ‘기업사회책임경영(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Management)’ 또는 ‘지속가능경영( Corporate Sustainability Management)’이라는 개념으로 통합되고 있다. 제임스 울펀슨 전 세계은행 총재는 “기업의 사회책임은 자선 차원 문제가 아니라 기업 자체의 이익 제고를 위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김순택 삼성SDI 사장도 “지속가능경영은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가는데 선택이 아니라 필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필요성에 비추어 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을 위한 시스템과 프로세스 구축이 중요할 것이다. 특히 환경문제 등 기업이 많은 비용을 들여 관리하기가 쉽지 않은 분야에서 환경감사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환경법규의 준수와 기업의 지속적인 환경개선을 촉진하기 위해 새롭게 발전한 기술 수준을 ‘경제적으로 수용가능한 범위 내에서’ 요구하는 규정으로 제도화하거나 ‘가장 발전한 기술수준’을 의무적으로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 웃을 수 있는 사회를
기업차원에서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해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강조하는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국제적인 원칙이 되고 있다.
이러한 때 우리 기업이 노동ㆍ환경 문제 등 소홀히 했던 분야가 있었다면 철저한 자기 반성을 통해 기업이 이윤추구와 고용창출이라는 단순한 존재가치를 넘어 공동체의 생존과 발전에 책임을 지는 경영방식으로 나아가지 않을 수 없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시민단체에서 제시한 기업의 사회책임 가이드라인의 이름이 ‘SMILE(스마일)_1’이라고 한다. 기업과 소비자, 정부와 주민, 시민단체가 모두 웃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사회가 우리가 바라는 미래가 아닐까 한다.
조성오 환경운동연합 법률센터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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