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나면 뛰는 서울 강남과 경기 분당의 집값은 정말 수 주만에 1억원 이상씩 오른 것일까.
최근 급등세를 보이고 있는 강남과 분당, 용인 집값이 호가에 의한 허수라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실제 얼마만큼 올랐는지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호가장세
10일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송파 강남 서초 등 강남지역 3개 자치구와 경기 분당 용인 등 주택거래신고지역 내 5개 주요 단지를 대상으로 지난달말 이뤄진 주택거래신고 가격과 호가를 비교한 결과 가격차가 3,000만~2억6,000만원이나 났다.
호가와 실거래가 차이가 가장 큰 곳은 용인시 성복동 LG빌리지 3차로, 79평의 경우 10억원까지 호가됐으나 실제 거래가격은 7억4,000만원으로, 가격차가 2억6,000만원이었다. 63평형도 호가 8억원, 매매가 7억원으로 1억원의 차이가 났다.
10억원을 호가하는 송파구 삼성래미안 49평형의 실제 거래가는 9억5,000만원으로 5,000만원, 호가 10억원의 강남구 도곡동 삼성래미안 36평은 9억원으로 1억원의 차이가 났다. 서초구 방배동 삼호2차 60평형도 호가는 9억5,000만원을 웃돌지만 실제로는 8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차이 왜 나나
강남과 분당 아파트가 실제 거래가격과 호가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수요에 비해 매물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집주인들이 일제히 매물을 걷어들이면서 ‘부르는 게 값’인 구조가 형성돼 실제 거래 없이 호가만으로 가격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집주인들의 고의적인 시세조작도 집값 뻥튀기에 한몫하고 있다. 과거에는 아파트 부녀회 차원에서 일정 가격 이하로는 팔지 말 것을 담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 강남과 분당, 용인 등지에서는 집을 사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을 이용, 일부 ‘얌체’ 집주인들이 팔 의사도 없이 높은 가격에 집을 내놓았다가 매수 문의가 들어오면 슬쩍 호가를 올리고 매물을 거둬가는 수법으로 시세를 올리곤 한다.
문정동의 H공인 관계자는 “한 아파트 주민은 올 들어 4차례나 매물로 낸 뒤 3,000만~5,000만원씩 호가만 올린 뒤 회수해 갔다”며 “지난달 중순에도 매수자와 연결해 줬지만 역시 호가만 올리고 매물을 회수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황모(39)씨는 “6억8,000만원에 나온 일원동 W아파트 32평형을 보고 계약 직전까지 갔지만 집주인이 갑작스레 호가를 5,000만원이나 올리고 매물을 회수하는 바람에 황당했다”고 말했다.
서종대 건교부 주택국장은 “최근 강남과 수도권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실거래와는 차이가 큰 호가 장세일 뿐”이라며 “숫자만 보고 대세적인 상승으로 착각할 소지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부동산업계에서는 “대세 상승세에 편승한 고의적인 집값 올리기 작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번 집값 상승은 정부의 주택정책에 대한 불신, 판교신도시의 대형평형 축소 및 재건축 제한조치 등이 맞물려 일어난 이유 있는 오름세”라고 말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