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작가상’ 올해 수상작인 윤순례씨의 장편 ‘아주 특별한 저녁 밥상’은 불임(不妊) 시대, 생명의 의미를 일깨우는 소설이다.
별거 부부와 꼽추 가정부 이야기가 각각의 막(幕)으로 나뉘어 이어진다. 미혼모의 아이를 비밀 입양키로 해놓고 임신한 듯 연기를 하라는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아내는 가출한다. 남쪽 바닷가 한 섬의 절집.
시아버지의 49재를 지내며 머물던 때 아내는 거기서 한 남자와 온기를 나눈 적이 있지만, 정작 여자가 찾는 것이 그 남자인지는 자신도 확신하지 못한다. 남편은 사업가다.
그는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의 부(富)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경멸하지만, 자신이 쥔 세습된 부를 놓고 싶지도 않은 인물. 그는 삶의 허무를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여인들과의 섹스로 잊고자 한다.
3막은 가정부 이야기다. 부모 없이 자란 스무 살 꼽추 여자. 여자의 역할은 페르시안 암코양이 돌보기다. 어느 날 고양이는 떠돌이 잡종 수컷의 새끼를 품게 되고, 여자는 잠시 만나 사랑을 나누던 자동차 정비사에게서 버림을 받는다.
고양이 뱃속을 긁어내겠다는 식구들의 손에서 고양이를 빼돌린 여자는, 혹시 어머니일 지도 모르는, ‘이모’가 산다는 남쪽 항구도시로 떠난다.
작가는 깔끔한 상징과 담백한 문체로 자칫 멜로드라마 풍으로 치우칠 수 있는 서사의 중심을 지탱한다. 열매를 맺지 못하는 방울토마토와 발정기 고양이의 울부짖음의 한 공간 속 대비처럼, 불임의 고통은 생명의 의미의 다른 이름일 것이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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