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염동연 의원의 상임중앙위원직 돌연 사퇴 이후 당 안팎의 시선은 문희상 의장과 유시민 의원에게 쏠리고 있다.
염 의원이 “두 사람에 대한 불만 때문에 사퇴했다”고 치고 나온 것이다. 문 의장은 염 의원으로부터 ‘리더십 없는 정치인’으로 , 유 의원은 ‘정치적 미숙아로 분열주의적 개혁주의자’로 몰렸다. 이에 대해 두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향후 파장의 넓이와 수습 방향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둘은 일단 맞대응이 좋을 게 없다고 본 듯 수습에 무게를 두었다. 문 의장은 9일 “염 의원에게 섭섭하다”면서도 “이럴 때일수록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의원도 “염 의원의 사퇴는 개인적 문제일 뿐”이라며 “신경 쓰지 않는다”고 응전을 피했다. 둘은 염 의원의 간접적인 사퇴요구도 일축했다. 현 시점에서 지도부가 사퇴한다고 뭐가 해결되겠느냐는 반문이다.
문 의장은 이날 “수습에 무슨 왕도가 있겠느냐”며 “차분히 힘을 모아 호시우행(虎視牛行)하며 간다”고 말했다. 문 의장은 노무현 대통령의 방미 직전 독대한 사실도 공개하며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검토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염 의원이 제기한 혁신위의 인적구성과 관련해 “염 의원을 편들어 유 의원에게 혁신위를 나가라고 하란 말이냐”며 “유 의원이 빠진 혁신위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종합하면, 여권 내 분란과 혼선 수습을 위한 특단의 조치 같은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당내 분위기는 자못 험악하다. 문 의장이 말로만 통합의 리더십을 강조할 뿐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는 불만이다. 더구나 이런 불만이 그를 지지해온 실용진영에서 나오고 있다는 데 상황의 심각성이 있다. 안영근 의원은 이날 “문 의장이 현실을 외면하고 그저 봉합할 생각만 하니 의원들이 불만을 갖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반면 유 의원이 이끄는 개혁당 출신들은 문 의장을 적극 감싸고 있다. 이광철 의원은 “현 상황을 놓고 문 의장 개인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은 옳지않다”며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당 전체가 정책개발 등으로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김태년 의원도 “전당대회에서 선출한 의장인 만큼 잘 모시고 가는 게 도리”라고 거들었다. 이는 한동안 자세를 낮춰 문 의장의 입지를 넓혀주겠다는 유 의원의 의중과도 맞닿아있다.
그렇다고 유 의원이 민주당과의 통합, 기간당원제 자격 완화 등에 대해 양보하길 기대하는 건 무리다. 갈등의 뇌관인 두 사안이 불거질 경우 실용 진영과의 한바탕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리고 그때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동국기자 east@hk.co.kr
조경호기자 sooy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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