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다음으로 위협國은…
주변국에 대한 호감도
이번 공동여론조사에서는 한국과 일본 국민에게 각각 미국, 중국, 일본(한국), 북한 등 4개 주요 인접국가에 대한 심정적 호감도/비호감도를 물었다.
이 결과 한국인의 경우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65.3%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미국(51.4%), 북한(43.7%), 일본(11.2%) 등 순으로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은 미국이나 북한, 일본 모두 우리 국민들의 감정을 자극할만한 정치적 현안들이 걸려있는데 비해 상대적으로 중국과의 사이에서는 당장 두드러진 국제정치적 이슈가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경제 부문을 비롯,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과의 교류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것도 호감을 갖게 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이에 비해 일본인들은 미국(72.8%)에 대해 압도적인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한국도 53.0%로 비교적 좋은 이미지의 국가로 나타났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에 대한 호감도는 낮아 중국은 20.4%에 머물렀으며, 특히 북한은 겨우 0.7%로 일본인들에게 극히 나쁜 이미지를 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은 국제적 경쟁국으로 급부상하면서 외교적, 경제적 갈등이 빈발하고 있는 데다, 북한은 일본인 납치 사건, 핵 개발 의혹 등으로 일본 국민들에게 직접적인 분노와 불안감을 주기 때문으로 보인다.
응답층을 구체적으로 분석해보면 한국민의 경우 미국과 중국에 대한 호감도와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미국, 중국에 대해서는 나이가 많을수록 호감도가 높아졌으나 일본에 대해서는 나이가 많을수록 오히려 비호감도가 높아지는 반대현상을 보였다. 다만 북한에 대해서는 대부분 연령층에서 호감도가 50%에 못 미쳤으나 20대는 50.4%로 다른 연령층보다 호감도가 다소 높았다.
이 같은 추세는 일본 국민에 대한 조사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한국만큼 그 폭은 크지 않으나 미국,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나이가 많을수록,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나이가 적을수록 높았다. 북한에 대해서는 모든 연령층이 공히 극도로 낮은 호감도를 나타냈다.
중요한 국제사회 파트너
‘국제사회의 파트너로서 중요한 국가나 지역’을 묻는 질문(중복 답변 허용)에는 개인적 호감도를 배제하고 현실적인 판단을 기준으로 답하도록 단서를 달았다.
이 항목에서 한국 응답자들은 미국(73.5%)과 중국(71.8%)를 거의 대등하게 꼽아 종전 미국 일변도의 인식에서 확실하게 바뀌는 경향을 보였다. 응답자들은 이어 일본(29.7%), EU(24.2%) 등을 들었다. 특히 북한을 국제사회 파트너로 인식하는 비율이 23.3%나 되는 것은 주목할만한 현상이다. 여기서도 연령이 낮아질수록 일본과 북한을 국제사회의 파트너로 보는 견해가 많았다.
일본 응답자들 역시 미국과 중국을 가장 중요한 국제적 파트너로 꼽았으나 미국을 지적한 비율(81.1%)이 단연 독보적이어서 2위인 중국(43.5%)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유일무이한 강력한 영향력을 인정하는 결과이다. 한국은 32.7%로 세번째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됐으며 이어 ASEAN(28.7%), EU(24.1%) 등 순이었다. 북한을 국제사회의 파트너로 인정하는 비율은 1.9%에 불과했다.
군사적 위협국가
한국민이나 일본국민 모두 자국의 안보에 가장 위협이 되는 국가로 북한을 꼽았다. 그러나 한국민의 64.3%가 북한을 최대 군사적 위협국가로 지목한데 비해, 일본국민은 81.9%가 들어 북한으로부터 느끼는 군사적 위협의 강도는 훨씬 더 높게 나타났다.
북한 다음으로 한국민들이 군사적 위협을 느끼는 국가는 일본(57.2%)였으며, 이어 미국(31.4%), 중국(22.6%), 러시아(6.5%)였다. 일본측 조사에서는 북한 다음으로 중국(40.3%)에 대해 군사적 위협을 느끼는 정도가 높았으며, 그 뒤로는 미국(14.9%), 러시아(9.9%), 중동(8.2%), 한국(6.2%) 등 순으로 나타났다. .
한국 측 조사에서 모든 연령층이 북한을 최대 군사적 위협국으로 꼽았으나 상대적으로 50대 이상 계층에서 응답률이 더 높았다. 고학력 층에서는 미국과, 중국을 든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일본 측 조사결과는 다소 흥미로운데 한국을 군사적 위협국으로 지목한 비율이 20, 30대 젊은 층일수록 현저하게 높았다.(20대 9.8%, 70대 4.4%) 한국에 대한 우호적 감정이 젊은 층일수록 높은 조사결과에 비추어 이례적인 결과이긴 하나, 이는 한국의 경제적 발전에 따른 국력 신장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이성희 기자
■ 北核위협 대응방법은
북한 핵개발 위협
북한 핵 개발에 대해서는 일본국민들이 대단히 민감하게 위협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대다수인 88.3%( “매우 위협” 54.7%, “다소 위협” 33.6%)가 북한이 핵 개발을 계속하는데 대해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는 대답은 10.6%(“전혀 위협 안 느낌” 1.6%, “별로 위협 안 느낌” 9.0%)에 지나지 않았다.
일본국민의 대부분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가장 위협적인 국가로 꼽고, 북한에 대해 심한 혐오감을 갖고 있다는 조사결과와 같은 맥락이다. 실제로 일본은 1998년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하고 이듬해 금창리 지하 핵시설 의혹이 불거진 이후 북한 핵 문제를 가장 심각한 현실적 위험요소로 간주해 대응해오고 있다.
한국민들의 경우도 과반수가 북한 핵개발에 대해 위협을 느끼고 있으나 전체적 비율이나 인식의 강도는 훨씬 낮게 나타났다. “위협을 느낀다”고 답한 55.7% 가운데 “매우 위협” 응답은 9.6%에 불과했다.
한일 양국민 모두 40대 이상, 학력이 낮을수록 북한 핵 개발에 위협을 느끼는 비율과 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핵 대응방법
“북한의 핵 개발에 위협을 느낀다”고 한 응답자들만을 대상으로 조사한 이 항목에서 역시 위협의 강도를 더 크게 느끼는 일본국민들은 “북한에 대한 압력”을, 위협을 덜 느끼는 한국민들은 “북한과의 대화” 방식을 상대적으로 더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한국인들은 77.0%가 대화를, 11.5%가 “압력”을 선호한데 반해, 일본인들에 대한 조사에서는 “대화” (41.1%)와 “압력” (38.0%) 방식이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두 방식의 절충을 의미하는 “어느 쪽이라고 할 수 없다”는 응답률은 한국 10.8%, 일본 19.6%로 집계됐다.
최지향기자
■ "정부 능력 불만" 韓 84%, 日 68%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한일 문제와는 별도로 자국 정부의 전반적인 능력을 평가하는 항목을 마련했다.
조사결과 우리 국민들은 현 정부의 능력에 여전히 박한 점수를 매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 정부가 국내 정치나 경제 등의 현안에 적절히 대처하고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긍정적인 답변은 15.4%( “매우 그렇다” 0.6%, “어느 정도 그렇다” 14.8%)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부정적 답변은 84.0%(“전혀 그렇지 않다” 23.6%, “별로 그렇지 않다” 60.4%)에 달했다.
남녀별로는 여자의 부정적 평가(87.0%)가 남자(81.0%)보다도 높았으며, 연령별로는 사회적 활동이 가장 왕성한 40대에서, 또 수입이 많을수록 현 정부를 낮게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인천/경기에서 부정적 평가가 가장 높게(87.8%) 나타났고, 이어 부산/울산/경남(85.5%), 대전/충북/충남(85.4%) 순이었으며, 상대적으로 광주/전북/전남권에서는 긍정평가 비율(28.9%)로 가장 높았다. 국민들은 구체적으로 정부가 잘못하는 분야로 경기(경제) 문제에 대한 대처를 가장 많이(81.2%) 꼽았으며, 이어 교육(66.2%), 연금제도(45.4%), 의료복지(39.4%), 행정수도 이전(34.9%) 등 순으로 들었다.
참고로 일본 국민들은 고이즈미 정부에 대해 긍정평가(26.6%), 부정평가(68.7%)로 꼽아 우리보다 덜하긴 하지만 역시 자국 정부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일본인들은 정부가 잘못하는 분야로 연금부문을 가장 많이(68.2%) 지적했으며 이어 경기(63.0%), 지자체 차입금 문제(43.5%), 치안(39.1%) 등을 꼽았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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