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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중심' 정계개편론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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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중심' 정계개편론 가능할까?

입력
2005.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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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연말 정계개편론’이 제기되면서, 그 가능성을 놓고 논의가 분분하다. 무엇보다 열린우리당 내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고, 민주당과 중부권 신당 인사도 가세하면서 파장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당사자인 고 전 총리가 일단 거리를 두고 있고, 현실적으로 여건이 성숙됐다고 볼 수도 없어 실현 가능성을 점치기는 어려워 보인다.

우리당 신중식 의원은 전날에 이어 10일에도 고 전 총리 중심의 정계개편론을 폈다. 그는 “연말, 연초에 대폭적인 정계개편이 있을 것”이라며 “그 중심에 고 전 총리가 설 것이며 나도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안영근 의원도 “고건 중심의 정계개편은 가능성도 높고 공감하는 의원들도 상당수”라며 “지금의 어려운 상황에서는 고건 밖에 답이 없다”고 가세했다. 그는 “정동영, 김근태 두 차기주자의 영향력은 이미 우리당과 함께 동반 하락했다”고 했다. 이들 외에도 ‘고건 카드’를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여당 의원들이 적지 않다.

이런 기류가 형성된 것은 여권의 지리멸렬한 상황 때문이다. 당 내분과 국정혼선이 고 전 총리의 정치적 가치를 높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을 추구하는 세력에게는 고 전 총리는 명분있는 매개고리다. 민주당의 한 핵심인사는 “여권이 어려워질수록 고건 변수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대해 고 전 총리는 “나는 가만히 있는데 왜 이러느냐”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그의 말과는 달리 보폭은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9일 서울대 정치, 외교학과 출신의 여야 의원들 모임에 고 전 총리가 초대돼 참석했고 11일에는 박준영 전남지사의 초청으로 광주를 방문한다. 내주에는 국내 한 단체와 인민일보 주최의 세미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다.

그러나 말과는 달리 정치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는 게 현재로서는 대세다. 우리당의 전남도당위원장인 유선호 의원은 “사견에 불과한 현실성 없는 얘기이자 무리한 논리확대”라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도 “신중식 의원의 발언은 사실상 당을 깨자는 말로 도를 넘은 것”이라며 “당 윤리위 차원에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전했다. ‘행정가 고건’이 아닌 ‘정치인 고건’이 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많다.

이처럼 엇갈리는 전망과 평가 속에서 ‘고건 발(發) 정계개편론’은 한편에서는 계속 흘러나오고, 다른 한편에서는 무시하고 일축하는 이중적 흐름이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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