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연금에 의존해온 미국 회사원들의 노후생활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미국 기업퇴직연금의 적자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10년 후에는 적자가 71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미 상원 예산위원회가 9일 발표했다.
예산위원회 더글러스 이아킨 의원은 이날 열린 예산위 청문회에서 “향후 10년간 연금 적자 규모는 현재의 3배 이상 늘어난 71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현재의 확정 급여형 기업연금제도가 유지될 경우 연금지급보증공사(PBGC)는 기업들이 내는 보험료를 5배 늘려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 국민연금 부실화와도 흡사한 악순환 구조에 접어든 것이다.
확정 급여형 기업연금이란 근로자들에게 임금과 근속연수에 따라 퇴직 후 매달 일정액을 지급하는 제도다. 보험료가 이같이 높아질 경우 미국 대다수의 기업들은 파산을 신청, 연금출연 중단사태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불황에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미 기업들의 연금납부 중단은 이미 시작됐다. 최근 미국 2위 항공업체인 유나이티드항공(UAL)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11만9,000여명의 근로자에 대한 기업연금 보험료 납부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UAL의 연금납부 거부로 미국 정부는 무려 66억 달러의 연금 채무를 떠안게 됐다.
이는 미국 기업연금 사상 최대 규모의 디폴트(채무상환 불능상태)였다. UAL 모회사가 1ㆍ4분기에 11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뒤 UAL의 제이크 브레이스 최고재무담당자(CFO)는 “법정관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관건인 상황에서 연금납부 중단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UAL이 연금납부 중단을 선언한 이후 아메리칸 에어라인과 델타항공 등에서도 연금납부 거부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델타항공은 올해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혀 UAL에 이어 또다시 대규모 디폴트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업체들은 잇따른 매출부진으로 재정위기를 맞으면서 기업연금 부담이 경쟁력 제고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GM의 기업연금 보험료 납부 규모는 890억 달러에 달한다. 이는 GM 주식 시가 총액 300억 달러의 3배다. 포드는 작년 말까지 430억 달러의 보험료를 납부해야 됐지만 이 중 123억 달러는 아직도 미납 상태다.
지난해 PBGC는 623억 달러를 근로자 연금으로 지불했으나 근로자들의 연금 출연 중단 등으로 390억 달러만 확보해 233억 달러를 떠 안아야 했다. 이 같은 적자 규모는 전년의 2배 수준이다. 미국 기업연금이 경기침체와 주가하락, 고령화, 조기퇴직 증가 등으로 적자가 불어나 정부 재정을 압박하는 새로운 경제 불안 요인이 된 것이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 미국의 연금제도
-공적연금(Social Security): 빈곤, 노후생활 등을 위해 정부후원으로 설립.
-기업연금 (Corporate Pension): 기업이 독자적으로 또는 종업원과 함께 갹출해 퇴직 후 지급. (가장 중추적임)
-개인연금 (Individual Retirement Account; IRA): 공적연금과 기업연금 이상의 연금을 받기 위해 적립.
■ 기업연금
-확정 급여형(Defined Benefits): 연금액이 최종 급여 또는 퇴직전 급여를 기준으로 정해지며 종신토록 지급함.
-확정 기여형(Defined Contributions): 매월 급여의 일정비율을 기업연금 보험료로 갹출하여 적립하며, 주식ㆍ채권ㆍ뮤추얼펀드ㆍ생명보험 상품 중에 선택해 투자. 연금액은 투자 수익률에 따라 달라지는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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