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은행권에서 우수 인력 스카우트전이 벌어지면서 은행장들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월례조회를 통해 제각각의 ‘어법’으로 문단속에 나서고 있다.
황영기 우리은행장은 10일 월례조회에서 “앞으로 은행권에 인재쟁탈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며 “고객의 수준이 향상되는 만큼 우리은행에서 ‘프로’를 많이 양성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황 행장의 이 발언은 노조 반발로 좌절된 ‘신인사제도’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언급하면서 동시에 인재를 빼앗겨서는 안된다는 당위론을 강조한 것이기도 한다. 신인사제도는 개인과 기업, 투자금융 등 분야별로 직원들을 특화 육성하는 ‘전문직군제’와 개인간 연봉의 30%까지 차이를 두는 ‘성과보상 시스템’을 골자로 하고 있다.
신상훈 신한은행장 역시 1일 직원 대상 월례조회에서 최근 은행들의 인력 스카우트전에 대해 언급했다. 신 행장은 “환경이 힘들고 불편하다고 해서 외부의 유혹에 쉽게 빠져 자신의 거취에 대해 성급한 판단을 내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라며 직원들의 신중한 판단을 당부했다. 신한은행은 최근 3명의 인력을 제일은행에 뺏기는 수모를 겪은 당사자다.
강권석 기업은행장도 1일 월례조회에서 인력 쟁탈전에 관해 언급했다. 강 행장은 이날 “기업은행원 모두가 다른 은행의 스카우트 대상이 될 만큼 우수한 인력이 돼 달라”고 말했다.
일견 직원들을 독려하고 분발을 촉구하는 내용이지만, 다른 속뜻도 담겨있다. 강 행장은 실제로 “그렇다고 우리 직원들이 스카우트되는 것을 바란다는 말은 아니다”라며 우회적으로 내부 단속에 나섰다.
결국 은행장들은 은행대전이 인재스카우트 대전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면서도 이를 또 하나의 경영혁신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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