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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아시아 경제, 공존의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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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아시아 경제, 공존의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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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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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일본 업체들에게 중국은 잠재력 있는 시장이고 투자대상이다. 한편으로는 중국에서 수입되는 제품이 늘어남에 따라 일본 내의 산업을 구조조정해야 할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일본은 이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에서 수출경쟁력을 상실한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C. H. 콴 일본 노무라 자본시장연구소 선임연구원)

‘한국의 경우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중국의 성장이 기회일 수도 있고 위기요인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국 전체를 역동적인 경제활동 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 …또한 동아시아 전체와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박번순ㆍ전영재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경제실 수석연구원)

중국이 고속 성장하면서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문의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지역은 분명 동아시아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경제는 개방 이후 중국과 매우 유기적으로 결합되어서 이제 중국의 변화를 떼어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형편이 됐다.

그 동안 ‘중국 경제의 성장과 대응 전략’을 주제로 하는 책들이 적지 않게 나왔지만, 대개 ‘그러면 한국의 미래는 어떤가’라는 우리의 전략을 찾는 데 몰두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싱가포르, 일본과 대만 전문가까지 동원해 연구한 성과물을 모은 ‘아시아 경제, 공존의 모색’은 시야를 한국뿐 아니라, 일본 나아가 동아시아 경제에까지 확장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일독할 가치가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들과 전성홍(서강대) 신장섭(싱가포르국립대), 츄치아린(대만국립정치대) 교수 등 14명의 필진들의 연구 주제는 급성장하는 중국과 동아시아와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물론 그 협력의 정체는 중국의 성장에 따라 흔들리고 있는 동아시아 경제의 구도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가로 모아진다.

저자들에 따르면 중국의 고도성장 배경에는 대외지향적인 전략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는 선발 동아시아 국가들이 성장을 위해 구사해온 전략과 동일하다.

그래서 중국 경제의 발전과 세계시장 진출은 수출주도형 공업화 전략을 꾀해 온 동아시아 국가에게는 엄청난 도전이다. 기존의 동아시아 경제협력 관계는 1960년대 이후 일본 주도의 안행(雁行)형 발전이 중심이었지만 일본-신흥공업국-선발 아세안-중국으로 이어지던 순차 발전은 90년대 중반 중국의 등장과 일본의 침체 이후 낡은 모델이 되어 버렸다.

중국의 상품은 세계시장에서 동아시아 국가의 시장을 잠식하고 있으며 동아시아가 필요한 외국인 직접투자는 거대시장과 저렴한 생산요소를 쫓아 중국으로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중국은 대규모 내수시장을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경제 성장의 관건이 되었다.

물론 동아시아라고 뭉뚱그렸지만 나라마다 사정은 다르다. 일본은 중국과 거의 40년 정도의 기술격차를 가지고 있으며, 대중국 수출 호조가 경제 회복에 도움을 주면서 중국을 위협보다는 기회로 여기는 편이다.

대만은 정부의 규제에도 불구하고 대규모로 중국 투자에 나서고 있으며 양국간에 수직 분업이 형성돼 수출 경쟁력 강화에 도움을 얻고 있다. 싱가포르 역시 동남아 경제에 매달려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 중국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처럼 산업 공동화를 걱정하면서도, 한편으로 머지 않아 산업기술력이 중국에 추월당할 수도 있다는 이중의 고민을 안고 있다. 하지만 향후 동아시아 경제 구도를 내다보고 미리 대응한다면 절망할 것은 아니다.

저자들은 제조업의 기술 향상과 고부가가치화를 통해 성장잠재력을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수를 넓혀 수출이 타격을 볼 경우에 대비한 안전판을 만들어야 하며, 동아시아 국가와 자유무역협정 체결도 서둘러야 한다.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도록 전통적인 시장을 유지하면서, 중국 및 일본 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고 중국의 잠재력 있는 기업을 인수ㆍ합병하는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 나아가 동아시아 통합으로 역내 거래 비용이 줄어들 것이므로 기존의 동남아 투자와 중국 투자를 유기적으로 연결한다면 중국의 성장을 얼마든지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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