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김용담 대법관)는 10일 2억 6,000만 달러(약 2,600억원)의 외화를 밀반출하고 계열사에 1조 2,000억원을 불법 대여한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 등)로 기소된 최순영(66) 전 신동아그룹 회장에게 징역 7년과 추징금 2,749억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일부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미 한 차례 대법원의 파기환송으로 항소심 재심리가 이뤄진 바 있는 이번 사건은, 이로써 1999년 7월 1심 선고 이후 6년이 다 되도록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또 다시 미뤄지게 됐다.
재판부는 “최씨가 밀반출했다는 2억 6,000만 달러 중 1억 달러 부분에 대해 원심은 이미 대법원이 모호성을 이유로 무효로 판시한 옛 재정경제원의‘외국환관리규정’에 근거해 유죄로 인정했는데 이는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며 사실상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나머지 1억 6,000만 달러 부분에 대해서도 적용 법조항의 명확성이 떨어져 추가 심리를 통해 범죄행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대법원 선고만 놓고 보면 최씨의 추징금 중 1억 달러(약 1,000억원)는 취소되지만 향후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해 재심리할 경우 또다시 죄가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
재판부는 이날 최씨측이 제기한 횡령, 사기 등 나머지 상고 부분은 모두 유죄를 인정했다.
최씨는 1996년 6월부터 1년 여 동안 수입서류를 위조, 국내은행에서 미화 1억 8,000만 달러를 대출받아 이 가운데 1억 6,000만 달러를 해외로 빼돌리고 상환능력이 없는 그룹 계열사에 1조 2,000억 원을 불법 대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와 함께 1997년 8월 면세지역인 영국령 케이만 군도에 가공의 역외펀드를 설립, 1억 달러를 유출한 뒤 이중 8,000만 달러를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유용한 혐의와 대한생명의 회사자금 172억원을 신동아학원과 자신의 부인이 이사장인 K재단에 기부한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됐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