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외출하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 자기만의 세계 속으로 끝없이 숨어 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주침야활(晝寢夜活ㆍ낮에 자고 밤에 활동한다)과 삼시면식(三時麵食ㆍ세 끼를 컵라면으로 해결한다)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단순한 인터넷 폐인들의 이야기라면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러나 6개월 넘게 바깥 세상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하고 현실에 발 딛기를 거부한다면 이건 병이다.
일본에서 ‘히키코모리’라고 불리는 ‘은둔형 외톨이’가 국내에도 1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무런 경제활동도 하지않고 부모에 기생한 채 폭력과 자살, 반사회적 범죄 등으로 이웃 나라에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돼 있는 ‘은둔형 외톨이’가 이제는 바다를 건너 우리의 현실로 닥친 것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소장파 정신의학자이자 히키코모리 전문가로 널리 알려진 사이토 다마키가 펴낸 ‘폐인과 동인녀의 정신분석’은 기성세대에게는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의 행동을 통해 ‘은둔형 외톨이’의 실체에 접근한다.
2000년 4월부터 약 2년간에 걸쳐 ‘레피시(‘어리석은’ ‘멍청한’ ‘유치한’이라는 의미의 독일어)한 사춘기 현상학’이라는 제목으로 잡지 ‘마음의 과학’에 연재되었던 기고문을 엮은 이 책은 사춘기, 미디어, 성(性)을 주요 모티브로 삼아 ‘은둔형 외톨이’의 정신병리학적 현상들을 하나하나 짚어나간다.
저자는 은둔이 광적인 취미 생활과 연관되어있다는 임상 결과를 통해 ‘오타쿠’(만화나 게임기, 인형 등을 수집하고 연구하는 사람)를 주목한다. 1989년 여자아이 4명을 유괴 살해한 미야자키 쓰토무 사건으로 세상에 알려진 ‘오타쿠’의 정체를 성(性)이라는 코드로 설명한다. ‘오타쿠’의 창작물들이 대부분 기존 상업물을 포르노로 패러디하거나 동성애로 변환 시킨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는 ‘오타쿠’가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것과 달리 실생활에서는 변태가 아니며 정신 이상자도 아니라고 말한다. 그들은 허구 그 자체에서 성적대상을 찾아내고 즐기는 능력을 가진 사람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거부하는 ‘오타쿠’적 행동을 미화하거나 방치하는 것도 금물이라고 경계하기도 한다.
저자는 어떤 가정의 어떤 아이일지라도 은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래서 예방보다는 대응에 무게를 두고 ‘은둔형 외톨이’에 접근해야 하며, 고치겠다는 각오와 끈기만 있으면 치료가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은둔형 외톨이’의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미디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정신과 의사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여인중씨의 ‘은둔형 외톨이’는 한국형 ‘히키코모리’ 현상에 초점을 맞춘다. 책은 ‘은둔형 외톨이’ 발생원인을 가정과 사회, 학교에서 찾는 동시에 이들을 감별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은둔형 외톨이’를 설득과 강제적인 행동을 통해 바깥으로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고 다른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사회적응 기간을 거쳐 창의성을 필요로 하는 직업을 갖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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