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민의 상대국 인식의 괴리가 너무 크다. 한국일보가 창간 51주년을 맞아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한국민의 대일 인식은 공동조사가 시작된 1995년 이래 최악을 기록했다. 반면 일국민의 대한 인식은 월드컵 공동개최로 우호 분위기가 고조된 2002년보다 나아졌다.
현재의 양국 관계에 대해 ‘좋다’고 보는 사람이 한국측은 11%로 2002년보다 21%포인트나 격감했으나 일본측은 13%포인트 늘어난 60%였다. 또 상대국을 ‘믿을 수 있다’고 본 사람이 한국측은 24%포인트 줄어든 9%인 반면 일본측은 4%포인트 늘어난 59%였다. 한국에서는 특히 ‘믿을 수 없다’는 응답이 90%에 달했다.
이런 결과는 우선 일본 정부의 짐이다. 상대국 국민의 호감을 얻는 것이 외교의 중요한 목표라는 점에서 일본 정부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판단에 머무는 것은 너무 단순하고, 근시안적이다. 어느 나라나 상대국 국민의 호감과 함께 자국민의 상대국에 대한 호감을 북돋우려고 애쓴다.
일방적 호감이 오래 갈 수 없는 데다, 양국민의 상호 호감이 평화와 우호의 진정한 보장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국에 대한 불신이 90%에 이른 상황은 한국 정부에도 큰 부담이 된다. 전쟁 등 적대관계를 겨냥하지 않는 한, 상대국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반기는 정부란 있을 수 없다. 이 점에서는 국민도 스스로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더욱이 이번 조사에서 양국 모두 관계 악화의 최대 원인으로 ‘독도 문제’를 꼽았다는 점에서 정부는 그 동안의 ‘거친 대응’을 반성할 때가 됐다. ‘독도 문제’에 아무 변화가 없는 반면 일국민의 관심만 급상승했다.
아울러 눈앞으로 다가온 한일 정상회담을 두고 망설일 게 아니라 최소한 서로의 현실 확인을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만남에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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