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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세상을 다 가진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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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세상을 다 가진 남자

입력
2005.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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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창에 수천 마리 벼룩이 들어있어 펄쩍펄쩍 뛰는 슬리퍼, 푸른 잎사귀들이 태양의 맛을 설명하는 악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정원, 모래로 된 썩어가는 몸으로 중세의 기사를 부르는 여자, 영원한 여름 궁전의 꽥꽥 대는 두꺼비들, 망각의 금속탑 창문에 부닥쳐 떨어지자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하는 니켈 도금 깃털의 새, 푸른 피부에 금속 눈물 방울을 흘리는 자석 인간, 미친 듯이 종을 치는 방울들처럼 우르르 떨어지는 별들….

도대체 이 작가의 상상력은 끝이 안 보인다. 과테말라 작가 미겔 앙헬 아스트리아스(1899~1974)의 환상 동화 ‘세상을 다 가진 남자’를 읽다 보면 머리 속이 몽롱해지는 것 같다. 1967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그는 중남미 문학의 큰 흐름인 ‘마술적 사실주의’의 대가다.

140여 쪽의 이 작은 책에서 작가는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낯설고도 찬란한 환상의 세계를 펼쳐보인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논리적 일관성이나 서사적 필연성 같은 건 잊어버리자.

이 작품은 마술사가 만들어낸, 더 없이 아름답고 환상적인 미로 같다. 그저 홀린 듯 따라가면 된다. 거기서 길을 잃는 건 당연하다. 투덜댈 일이 아니다.

줄거리는 이렇다. 자석 폐를 지닌 남자가 있다. 숨 쉴 때마다 세상의 모든 금을 끌어당긴다. 덕분에 갈수록 부자가 된다. 그의 주머니에는 모든 것이 들어있다.

하늘과 바다, 사막과 산, 섬과 호수와 강까지. 하지만 ‘세상을 다 가진 남자’가 끝내 얻지 못하는 게 있다. 하나뿐인 아들이 원하는 아보카도 나무 열매다.

나무가 거절하기 때문이다. 화가 난 남자는 나무를 베어내 불태우고 그 벌로 나무들의 법정 판결에 따라 아보카도 나무로 변하고 만다.

세상 모든 것을 가졌다 해도 이 세상에는 구할 수 없는 또 다른 소중한 것이 있다? 굳이 메시지를 챙기자면, 그런 은유를 담은 작품이라 하겠다. 초현실적인 동화에 걸맞게 책에는 라파 비바스가 그린 환상적인 삽화가 들어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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